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자신은 문제가 된 문건의 내용을 아직 모른다고 밝혔다.
대통령 독대를 위해 만들어진 말씀자료에 대해서는 “화젯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만든 것으로, 그냥 (보고) 넘어가는 것”이라며 ‘재판 거래’가 없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제가 된 KTX 승무원 판결에 대해서는 “재판은 법관이 양심을 가지고 하는 것”이라며 승무원들과 대면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양 전 대법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특조단 조사를 받지 않은 이유가 따로 있나.
▲ 거의 1년 넘게 조사가 3번 이뤄졌다. 여러 개의 컴퓨터를 흡사 남의 일기장 보듯 완전히 뒤졌다. 듣기로는 400명 정도의 사람이 가서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안을 밝히지 못했을까? 저는 다 알고 있으리라 본다. 내가 가야 되나? 그 이상 뭐가 밝혀지겠나.
-- 헌법기관의 수장이니까 조사에 임하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겠나.
▲ 사법부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일이 있다. 그중에는 제게 보고되지 않은 것도 많다. 그것을 저 혼자의 머리로 다 기억할 수가 없다. 결과조치가 다 된 후에 사후보고도 있고 그렇다. 모든 것을 사법부 수장이 다 분명히 안다? 그건 옳은 말이 아니다.
-- 뒷조사 보고는 중요하지 않은 보고라 생각되지 않는데.
▲ 뒷조사를 했다는 내용이 뭔지 제가 확실히 알지 못한다. 언젠가 다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거다.
-- 상고법원 현안 독대자료도 검토 안한 것인가.
▲ 그런 것은 일회성으로 왔다갔다 했겠지만, 예를 들어서 정초에 신년 하례식 갈 때도 다 그런 걸 준다. 언제든지 행사가 있으면 말씀자료를 준다. 그런 걸 한번 쓱 보고 버려 버린다.
-- BH 문건은 전혀 기억이 없나.
▲ 청와대와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니고, 화젯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말씀 자료가 나온 거다. 그냥 넘어가는 거지, 그런 것을 공부하듯 외우고 있겠나.
--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청와대에 이득이 되는지 판단한 문건을 그냥 넘어갈 수 있나.
▲ 저는 분명하게 뭐가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뭐라 말할 수 없다. 더는 그런 문제에 대해 여기서 말할 수 없다.
-- 이런 일이 다 아랫사람이 알아서 한 것인가.
▲ 나중에 파악해서 말하겠다.
-- 검찰 수사받을 의향 있나.
▲ 검찰에서 수사하자고 합니까?
-- 대법원장도 수사 검토하겠다고 하는데.
▲ 그건 그때 가서 봅시다.
-- 문건들을 근거로 의혹이 나오는데.
▲ 문건을 작성한 사람과 읽는 사람이 의미를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문건이 이렇다고 단정해서 사실을 만들어나가선 안된다.
-- 문건을 만들라는 지시를 안 했는데 만든 건가.
▲ 그런 사항은 더는 답변 안하겠다.
-- 지시 없이 만들어진 문건인가.
▲ 무슨 문건인지 알아야 얘기드릴 수 있을 것 아닌가.
-- 현재로써는 모른다는 입장인가.
▲ 그렇죠. 도대체 그 컴퓨터 안에 무슨 얘기가 들어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혹시 언론사 사장은 질문하신 분의 컴퓨터에 뭐가 들어가 있는지 다 알 수 있나.
-- 불이익을 준 적은 없지만 반대 의견을 낸 판사가 누군지는 파악했나.
▲ 그건 자동으로 알죠.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고, 눈을 감으려 해도 보인다. 대법원장은 모른 척 가만히 있어야 하나.
-- 그걸 알 수 있는 것과 문건을 작성한 것은 다르지 않나.
▲ 말꼬리 잡지 말고 그만합시다.
-- 이번 파문의 총 책임자는 누구인가.
▲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겠죠
-- KTX 재판에 대해서는 할 말 있나.
▲ 재판은 법관이 양심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 (KTX 재판 당사자들을) 만나실 생각은 있나.
▲ 그건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
-- 기조실 작성 문건에 KTX 판결이 포함돼 있는데.
▲ 언론을 보니까, 그것은 판결이 다 나오고 난 뒤에 작성된 것 아닌가.
-- 판결이 나오고 난 뒤에는 그런 문건을 작성해도 되나.
▲ ……. /신경희인턴기자 crencia9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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