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심부 모처에서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주재하는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열렸다. 지방자치단체가 출자한 공공기관 등 2단계 공공 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의결하는 자리였다. 600개 기관 근로자 1만6,000명의 운명을 결정하는 회의였지만 근로자들의 대표는 오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양대 노총(한국노총·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사전에 불참 의사를 전했다”며 “다행히 이날 TF는 그간 논의한 사항을 의결하는 회의여서 노동계 대표들 없이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넣어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법률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을 사실상 삭감하는 법”이라며 최저임금위원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현 경제발전노사정위원회) 등 노사정 대화에서 빠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상은 아예 모든 노동 현안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양대 노총은 지난달 25일 열린 고용보험위원회도 나오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3일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심의위원회도 불참했다.
국내 전체 근로자 1,900만명 중 200만명을 조합원으로 거느린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노총의 주장은 한국 사회의 수많은 이해당사자 중 어느 일방을 대표할 뿐이다. 저임금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의 영향을 직접 받는 소상공인·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목을 매다시피 했다. 최저임금 문제를 풀어나가려면 정부·기업과 대화를 일절 거부하고 거리로 나갈 것이 아니라 얼굴을 맞대고 타협 지점을 찾아야 한다.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법 개편을 계기로 모든 노동 현안을 놓아버리는 것은 근로자들에게도 해를 끼친다. 최저임금 못지않게 공공 부문의 정규직화 문제도 중요하다. 올해 산재·고용보험 기금을 어떻게 운영할지도 장기적으로 근로자들의 수혜와 직결된 안건이다. 언론의 일원을 넘어 1,900만 근로자의 한 사람으로서 양대 노총이 현안 논의 장소에 다시 앉기를 바란다. 최저임금위와 노사정위에 복귀하겠다고 한다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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