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이 분식회계로 은폐했던 막대한 국가부채가 드러난 말레이시아가 빚더미에서 내려오기 위한 총력전을 펴기 시작했다.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이끄는 말레이시아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대대적인 재정긴축에 착수한 데 이어 한국의 ‘금 모으기’ 운동을 연상케 하는 대국민 모금을 벌여 눈길을 끌고 있다.
31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전날 ‘타붕 하라판 말레이시아(THM)’라는 이름의 신탁펀드를 개설하고 국민들로부터 기부금을 받기 시작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정부 재정의 심각한 상황을 알게 된 많은 이들이 기부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며 대국민 모금운동을 에둘러 독려했다.
모금운동은 최근 말레이시아의 20대 여성 시민활동가가 국가경제 회복을 위해 고통을 분담하자며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모금을 진행한 것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모금에는 현재까지 93명이 동참해 3,643달러(약 390만 원)의 자금이 모였다. 이 자금은 THM 펀드에 기부될 예정이다.
앞서 61년 만에 첫 정권교체를 이뤄낸 말레이시아 신정부는 나집 라작 전 정권이 거액의 국가부채를 분식으로 은폐해왔다고 폭로하고 대대적인 재정긴축에 착수한 상태다. 국내총생산(GDP)의 50% 수준인 7,000억링깃(189조원)으로 알려졌던 국가부채가 실제로는 65%에 해당하는 1조873억링깃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마하티르 총리는 총 사업비가 600억링깃에 달하는 말레이~싱가포르 고속철(HSR) 사업을 철회한 데 이어 중국으로부터 총 사업비 550억링깃의 85%를 융자받아 추진하고 있는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 프로젝트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마하티르 총리는 대규모 건설 사업들만 정리해도 국가부채를 20%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 밖에 마하티르 총리는 나집 전 총리가 오는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공무원 임금 인상 계획을 백지화하고 공무원 1만7,000명을 감원하겠다는 방침도 밝힌 바 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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