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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볼빅 챔피언십] "해피 버디데이"…이민지의 셀프 축하

17번홀 보기, 김인경과 공동선두

부담 큰 마지막홀서 끝내기 버디

통산 4번째 우승으로 '생일 자축'

'아마高手' 아빠·'티칭프로' 엄마

타고난 '골프 유전자' 물려받아

남동생 이민우 제네시스대회 15위

이민지가 28일(한국시간) LPGA 투어 볼빅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셀피를 찍는 흉내를 내고 있다. /앤아버=AFP연합뉴스




호주교포 이민지(22·KEB하나은행)는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다. 긴장될 법한 분위기에서도 캐디와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곧잘 볼 수 있다. 성격처럼 플레이도 이것저것 많이 재는 스타일이 아니다. 볼 앞에 서면 잠시 생각한 뒤 곧장 어드레스에 들어간다. ‘명랑 골퍼’로 통하는 이민지가 특유의 망설임 없는 플레이로 자신의 스물두 번째 생일을 환상적으로 장식했다.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의 트래비스포인트 골프장(파72·6,734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볼빅 챔피언십(총상금 130만달러) 최종 4라운드 마지막 홀.

무섭게 추격해온 김인경(30·한화큐셀)이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먼저 경기를 끝낸 직후 이민지는 17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자신의 3퍼트 실수 직후 맞은 18번홀이기에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반드시 버디를 해야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고 파를 하면 연장전, 보기가 나오면 준우승으로 끝날 상황이었다. 티샷은 페어웨이를 지켰지만 페어웨이 쪽으로 튀어나온 커다란 나무숲의 끝자락이 그린을 가로막고 있었다. 앞서 직접 그린을 노리다 볼이 나무를 맞고 떨어진 선수들도 몇몇 나왔다. 이민지는 5번 아이언을 과감하게 휘둘렀고 볼은 아슬아슬하게 나무를 피해 그린 오른쪽에 떨어졌다. 이어 어프로치 샷을 약 90㎝ 거리에 붙인 그는 우승이 걸린 퍼트도 지체 없이 툭 쳐서 홀에 떨궜다.





이민지의 시즌 첫 우승이자 지난 2016년 10월 블루베이 LPGA 대회 제패 이후 1년7개월 만에 거둔 통산 4승째.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인 그는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 단독 2위 김인경(15언더파)을 1타 차로 제쳤다. 이날 아침 함께 다니는 어머니가 차려준 생일상을 받고 경기에 나선 이민지는 트로피와 함께 우승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1,000만원)를 선물로 챙기는 기쁨을 누렸다. 세계랭킹은 15위에서 8위로 상승했다.

호주에서 태어난 교포 2세 이민지는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한 후 2014년 퀄리파잉(Q)스쿨을 1위로 통과해 2015년 시즌부터 LPGA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티칭 프로 출신인 어머니 이성민씨와 아마추어 골프 고수 이수남씨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말이 유창하다. 특히 골프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이민지가 2012년 US 여자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했고 4년 뒤인 지난해에는 남동생 이민우(20)가 US 주니어선수권을 제패했다. 최초의 US 주니어선수권 남매 우승이었다. 아직 아마추어 신분인 이민우는 27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초청 출전해 폭발적인 장타를 선보이며 상위권을 유지하다 공동 15위를 차지했다.

통산 7승의 김인경은 2타 차 공동 2위로 출발, 한때 4타 차까지 벌어졌다가 후반에만 5개의 버디를 잡는 등 분전을 펼쳤으나 이번 시즌 최고 성적을 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2016년과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펑산산(중국)은 각각 공동 7위(11언더파)와 공동 21위(8언더파)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민지는 경기 후 “마지막 홀 두 번째 샷은 나무를 스칠 뻔했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위치에 떨어져 어프로치 샷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면서 “올해 샷이 좋은데 US 여자오픈 직전에 우승을 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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