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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처벌없는 법, 준법의식 악화시킨다

김영문 관세청장





지난 2012년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직을 수행했다. 우리나라의 법질서 수준을 높이는 것, 즉 국민들의 준법의식을 함양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우리나라의 준법의식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늘 고민했다.

우리나라의 준법의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우리의 역사적 경험,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배금주의 등을 들 수 있다.

현대적인 법질서가 일제 강점기에 통치수단으로 도입된 것이 대부분이다 보니 법은 우리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억압하고 수탈하는 수단으로 인식됐다. 그리고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전통적인 가치라든가 인권 등이 소홀히 취급되고 돈이라는 결과만을 중요시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과정을 중요시하는 법을 경시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제할 수 없는 법, 지키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 법이 많다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 사실상 강제할 방법이 없는 법, 규제하지 않아도 되는 법, 실제 강제할 방법이 있는데도 강제하지 않는 법들이 너무 많다. 노점상들이나 시장통 상인들에게도 식품위생법상의 여러 기준을 갖춰 신고나 허가를 받으라는 법, 주차를 허용해도 교통소통에 지장이 없는데 주정차금지구역으로 설정해놓은 곳,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지 않은 어린이보호구역 등이 그러한 예다.

이런 법들은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법을 어겨도 상관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법을 지킨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준다. 법을 지킨 사람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갖는데 그 나라의 법질서 의식이 높아질 수 있을까. 이런 법들의 또 다른 병폐는 단속 공무원의 부패 위험이다. 실제 상황이 어려우므로 단속하지 않아도 관계없고 또 규정이 있으니 단속해도 상관없는, 즉 공무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강제하지 못하는 법들은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폐지한 후에 진짜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 규율하고 법이 만들어진 이상 엄정히 집행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일부 법들은 폐지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지금 관세청이 담당하고 있는 여행자 통관 관련 법도 그중 하나다. 면세 범위 이상 금액의 물품을 들여올 때 과세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이 법에 대해 많은 국민이 심정적으로 그 규정이 바로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많을 것이다. 해외에서 600달러어치 이상을 몰래 사오더라도 꼭 적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관세청이 일부 귀국 편 비행기에 대해 전수검사를 실시해보면 사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규정을 어기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법을 강제하자고 현재의 선별검사 방식을 전수검사 방식으로 바꾼다면 이용객들의 큰 불편을 초래할 것이다. 그렇다고 폐지하면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들과 못하는 사람 간의 심각한 불균형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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