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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판 ‘마리 앙투아네트’...나집 前총리 집에서 명품백 우르르

다이아몬드나 명품백 수집하는 사치 행각으로 논란

친딸이 엄마가 비자금 스캔들의 ‘몸통’이라고 지적

18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경찰이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와 관련이 있는 아파트에서 압수한 물품을 트럭에 싣고 있다. 경찰은 지난 16일 밤부터 나집 전 총리의 집과 가족 등의 아파트를 수색해 수백 개의 명품 핸드백과 시계, 현금, 귀금속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알라룸푸르=AP연합뉴스




명망 있는 정치가문 출신의 엘리트 총리에서 적폐 청산의 핵심 대상으로 추락한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부인 로스마 만소르 여사가 ‘말레이시아판 마리 앙투아네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나집 전 총리는 대규모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지난 9일 총선에서 패해 61년 만에 야권으로 전락했는데 이 가운데 사치로 논란을 빚어온 영부인이 비자금 스캔들의 몸통이라는 폭로와 근거가 나오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나집 전 총리의 집과 아파트, 사무실 등 6개 장소에 대한 수색을 통해 대량의 사치품과 현금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압수물에는 핸드백이 담긴 상자 285개가 포함돼 있고 이중 72개에는 링깃화와 달러화 등 현금과 시계, 보석류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핸드백은 에르메스 버킨백과 루이뷔통 등 다양한 브랜드의 명품이었다. 아마르 싱 말레이 경찰 연방상업범죄조사국장은 “너무 많은 물품과 현금이 나와 당장은 정확한 가치를 추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쿠알라룸푸르 시내 고급주택가 타만 두타에 있는 나집 전 총리의 자택 등 여타 장소에서도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어서 압수품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지난달 28일 페칸에서 열린 선거 행사에서 부인 로스마 만소르 여사와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페칸=AFP연합뉴스


나집 전 총리는 말레이시아의 독립을 주도한 국부 압둘 라작 2대 총리의 아들로 영국 유학을 다녀와 23세 때 하원에 입성한 뒤 승승장구를 거듭해 2009년 총리직에 올랐다. 집권 1기까지만 해도 친서민·개혁 이미지로 6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누렸지만, 2015년 국영투자기업 1MDB의 천문학적 부채와 함께 비자금 조성 정황이 드러나면서 퇴진 위기에 몰렸다. 그와 측근들은 1MDB를 통해 최대 60억달러(약 6조4,000억원)의 나랏돈을 국외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는데 부인인 로스마 여사가 스캔들의 몸통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폭로의 주인공은 나집 전 총리의 의붓딸이자 로스마 여사의 친 딸 아즈린 아흐맛. 아즈린은 지난 1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을 통해 친모인 로스마 여사가 해외계좌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고 금고에 보석과 귀금속, 현금을 쌓아왔다면서 나집 전 총리는 뒤늦게 이를 알았지만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밝혔다. 아즈린은 또 “이 가족은 국민의 돈 수십억 달러를 훔쳐 쌈짓돈 취급을 했을 뿐 아니라 뇌물, 갈취, 침묵, 불구 만들기, 살해 등에 썼다”고도 말했다. 실제 2016년부터 1MDB 스캔들과 관련된 미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 절차를 진행 중인 미국 법무부는 아즈린의 오빠인 리자 아지즈와 그의 친구인 백만장자 금융업자 조 로우를 주범으로 지목했다.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당사에서 지지자들과 포옹을 하고 있다. 나집 전 총리는 지난 9일 총선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집권당 연대였던 국민전선(BN) 수장직에서 내려왔다. /쿠알라룸푸르=AFP연합뉴스


특히 로스마 여사는 남편의 연봉 10만달러(약 1억원) 외엔 알려진 소득원이나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면서도 다이아몬드와 에르메스 버킨백을 대량으로 수집하는 등 사치 행각으로 나집 전 총리 재임기 내내 논란을 빚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로스마 여사가 2008∼2015년 뉴욕 삭스피프스애비뉴와 런던 해로즈 등 유명 백화점에서 600만달러(약 64억원)가 넘는 보석류와 명품을 구매한 신용카드 결제명세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가구별 중위소득이 2016년 기준 월 5,228 링깃(약 141만원) 수준인 말레이시아 국민은 이러한 행태를 비난했지만, 로스마 여사는 “내 돈으로 내가 보석과 옷을 사는 게 무슨 문제냐”고 항변해 더욱 거센 반발을 불렀다.

한편 본인과 가족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하루 아침에 적폐 청산 대상으로 전락한 나집 전 총리는 지난 10일 출국금지 조치와 압수 수색을 당한 데 이어 내주 정부의 반부패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는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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