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 당일 일방적 연기 통보와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으름장에 더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행보에 대한 비난 공세까지 재개했다. 최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미국 주도로 진행되고, 국제사회 여론 역시 미국 일방으로 치우치자 최근 팔레스타인 유혈 사태를 계기로 확 커진 국제사회의 반미 분위기를 북한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림수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6일자 지면에 한미 ‘맥스선더’ 연합공중훈련을 비난한 조선중앙통신 전문과 함께 ’평화를 파괴하는 미국의 무기 수출 책동’ ‘(미국의) 내정간섭책동은 규탄 배격을 면치 못한다’ ‘이란의 반미 시위’ 등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움직임을 비난하는 기사를 대거 실었다.
노동신문은 그간 미국이 방송을 이용해 “주권국가들에 대한 내정 간섭과 정부 전복을 집요하게 추구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방송의 공략 대상으로는 반미 정서가 강한 쿠바, 동유럽, 구 소련, 아프리카, 이라크 등을 꼽았다. 이에 더해 노동신문은 시리아 사태에 이어 미국의 이스라엘 대사관 이전으로 더 복잡해진 중동의 정세도 미국 탓으로 돌렸다. 노동신문은 “많은 나라 정세 분석가들이 오늘날 미국이 무기를 팔아먹기 위해 적을 고의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한다”며 “미국이야말로 세계 평화의 교란자, 파괴자”라고 비난했다.
다만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와 관련해서는 직접 비난 대신 중국 외교부의 대변인 성명을 싣는 것으로 갈음했다. 결국 비핵화와 체제안전·경제보상 ‘빅딜’의 큰 틀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인권 문제 등을 내정 간섭으로 규정, 북미 협상에서 거론되는 것을 사전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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