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지역 비무장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사격해 수천명의 사상자를 내 국제적 비난이 쏠리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시위대는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간 보안장벽 인근 등에서 격렬하게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군은 강경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시민 최소 58명이 목숨을 잃고 2,771명이 다쳤다. 2014년 이스라엘 가자지구 집중 폭격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시위를 진압하면서 실탄을 사용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58명뿐만 아니라 부상자 가운데 1,373명이 총탄에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팔레스타인 지역의 국경 없는 의사회는 “지난 2014년 4월 충돌 때보다 더 많은 팔레스타인 시민을 치료했다”며 “총알이 관통한 상처는 주먹만했다”고 말했다.
NYT는 이스라엘군이 대다수가 비무장 상태인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치명적 무기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최근 시위 진압 때 최루탄이나 고무탄 대신 실탄을 선호한다는 주장이 나오곤 했다. 최루탄 가스는 풍향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기 때문에 시위대를 흩어 놓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다. 시위대는 날아온 최루탄을 다른 곳으로 던지거나 재빨리 땅에 묻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고무탄은 사거리가 짧기 때문에 먼 곳에서 시위하는 이들을 제압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관계자는 “군은 최후의 수단으로 실탄을 사용하고 있다”며 “다만 이때는 사람의 발목이나 다리를 겨냥하도록 지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망자 수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지시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졌을 지는 의문이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관계자는 “이스라엘군은 다른 수단을 쓸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며 “이스라엘군 실탄 사용은 인명을 경시하는 이스라엘 당국의 끔찍한 무관심을 재확인시켜줬다”고 이스라엘군의 폭력성을 비판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부 장관도 “낮은 단계의 방어수단이 실패할 때만 실탄이 사용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스라엘 측은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무장 정파인 하마스에 유혈사태의 책임을 돌렸다. 아이작 헤르초그 이스라엘 의원은 하마스의 ‘자기파괴적 활동’을 비난하며 “시위대를 보내는 이들에게 ‘폭력이 도움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하게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이스라엘 당국에 동조했다.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비극적인 죽음의 책임은 전적으로 하마스에 있다”며 하마스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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