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출판사에서 열 개 정도씩 샌드백을 구입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작가의 사진을 여러 장 준비해 샌드백에 붙이고 때리든 차든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어떨까. 뜻밖에 내 사진이 제일 너덜너덜해진다거나….”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마루야마 겐지가 자신이 섭렵한 다양한 취미를 기록했다. 첫 소설로 아쿠타가와상을 받고 등단한 후 전업 작가로서 50년간 집필에만 몰두했던 그의 뿌리에는 다양한 취미가 있었다. 오토바이와 사륜구동차를 타고 달리는 것처럼 오랫동안 이어진 취미가 있는가 하면 사진처럼 몰두하다 어느 날부터 딱 손을 끊어버린 취미도 있다. 거기에 눈을 치우거나 소각로를 만드는 등 취미라고 하기에는 소소한 여러 관심사에 대한 호기심도 놓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크고 작은 취미들이 창작에너지의 원천이 됐다는 점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키득키득 웃음 짓게 만드는 표현들이 많다. 이사를 다니며 살았던 지역의 물맛을 진지하게 비교하고 평가하는 모습이나 새장의 새를 노리는 때까치와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특히 재미를 더한다.
취미는 도피처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계속 나아가게 하는 윤활유이자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기도 하다. 그가 탐닉했던 취미 중 한 가지를 나의 취미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1만3,800원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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