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럼에서 ‘성적이 없는 성적표’라는 강연을 통해 역량 중심 성적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류태호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미국이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이유를 역량을 중심으로 학습·평가하는 교육혁신에서 찾는다.
3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이전까지의 지식을 활용해 예상 가능한 과제를 수행했다면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문제들이 쏟아지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기존의 해답이 아닌 창의적 해결 방식을 새롭게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교육에서 평가의 중심에 두고 있는 ‘역량’이란 지식·기술에 능력까지 합친 의미다. 과거의 지식·기술뿐 아니라 이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인 ‘능력’ 역시 교육의 목표로 두고 평가해야 한다고 류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과거의 경우 아무리 복잡해 보이는 문제도 결국 한 분야에서 해결 가능했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직면하게 될 문제들은 여러 분야에 걸친 융복합 문제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협업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4차산업, 융복합 문제들 대부분
다양한 분야 협업 능력 필수조건
학생 역량 맞춰 교육과제 설정
교사 역할 ‘티칭→코칭’ 변화해야
류 교수가 모범 사례로 꼽는 미국의 경우 성적표에서 등수를 없애는 ‘학습혁명’이 이뤄지고 있다. 학생의 장래희망이 다른 만큼 계발해야 할 역량도 다양할 수밖에 없어 아이들이 다른 학생들과의 경쟁이 아닌 개인 맞춤형 학점에만 신경 쓰면 된다는 생각이다. 학생의 현재 역량과 목표에 맞춰 교육과제를 설정하는 교육과정의 변화도 예견된다. 류 교수는 “미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생이 학습의 주체가 돼 스스로 학습목표를 정하고 학습방법과 평가방식까지 설정할 수 있도록 한다”며 “교사의 역할이 티칭(teaching)에서 코칭(coaching)으로 바뀌는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방식의 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에듀테크(교육기술)’도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역량 중심 평가에 맞춘 ‘디지털 배지’를 개발하고 있다. 예컨대 학생이 3차원(3D) 프린팅 수업을 들어 창의성·협업 능력을 계발했다면 디지털 배지를 수여하고 이를 모아가면서 성취도를 높이는 동시에 역량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역량 계발의 장은 학교 외에도 직장·봉사활동처 등 다양해 이를 통합관리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류 교수는 학생의 교육 이력과 현재 역량에 맞춰 과제를 부여해야 하므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도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등교 후 학생의 현재 상태에 맞춰 교사가 새 과제를 부여하고 평가하는 미래 교육이 성큼 다가온 셈이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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