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당일인 지난달 27일 텔레비전으로 관련 뉴스를 시청하면서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의 평가가 귀에 쏙 들어왔다. 한 전 부총리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상호 간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끝내고 우호적 상생관계로 전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65년간 남북한에는 대립과 반목을 부추기면서 체제를 유지하고 기득권을 누리려는 세력이 존재했다. 두 집단 간의 갈등과 증오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각 집단 내에서 입지가 강화되는 세력이 있었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대한민국 언론과 포털 사이트도 적대적 공생관계다. 네이버가 2000년 뉴스 서비스를 시작할 때 언론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또 다른 수익원으로 인식했을 뿐이다. 뉴스 서비스를 바탕으로 포털의 영향력과 광고 매출은 급속도로 커졌다. 쥐꼬리만 한 콘텐츠 제공료를 받으며 뉴스를 제공하던 언론사들은 뒤늦게 현실을 자각하고 포털을 ‘조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콘텐츠 제공료가 얼마간 오르기는 했으나 이미 대세는 기운 상태였다. 포털 뉴스 서비스의 순이용자 수는 2003년을 기점으로 기성 언론을 뛰어넘었다. 이제 국민 10명 중 8명이 포털로 뉴스를 소비한다.
기성 언론들은 ‘포털이 뉴스로 광고장사를 한다’고 비판하면서도 자사 기사의 온라인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제목이나 내용을 바꿔가며 같은 기사를 반복 송고하는 ‘어뷰징’을 하면서 공생해왔다. 부끄러운 일이다. 드루킹의 댓글 조작 사건으로 포털의 뉴스 서비스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언론부터 먼저 참회하고 반성해야 한다. 포털을 비판하기에 앞서 스스로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지, 디지털 전환이 늦어 포털에 뉴스를 갖다 바쳤다고 생각한다면 모바일 시대에 발맞춰 독자와 뉴스 이용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이는 기자가 속한 신문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포털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독자와 뉴스 이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
포털들도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특히 시장점유율이 66%에 달하는 네이버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뉴스 서비스 방식을 바꿔야 한다. 댓글과 공감·비공감 수를 제한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법 제정 따위를 운운하며 ‘아웃링크’ 방식 도입에 소극적이어서는 곤란하다. 언제까지 언론을 ‘가두리양식장’에 몰아넣고 광고장사에 골몰할 것인가. 구글을 비롯한 외국 업체의 공세에 맞서 국내 검색 시장을 지켜낸 네이버의 공(功)을 모르는 바 아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성공시켰듯 해외로 나가 신사업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과 경쟁하려는 네이버를 국민들은 응원한다. 백해무익한 댓글 논란으로 도낏자루가 썩고 있는 사이 10대·20대가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 몰려가고 있다. 언론과 포털이 함께 참회록을 쓰자.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적대적 공생관계를 끝내고 우호적 상생관계로 전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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