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을 철강 고율 관세 대상에서 영구 면제한다고 확정 발표했다. 다만 관세 면제는 쿼터(수출물량 제한)의 대가로 얻어낸 것이어서 한국 철강업계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또 유럽연합(EU)·캐나다·멕시코 등에 대한 관세 유예 만료를 오는 6월 1일까지 늦추겠다고 밝혀, 글로벌 무역분쟁이 ‘연장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백악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수정안을 승인했다며, 한국은 관세 대상에서 영구 면제됐다고 확인했다. 백악관은 “개략적인 내용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김현종 한국 통상교섭본부장에 의해 발표된 바 있다”면서 “이전 발표 내용에 대해 한국과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22일 철강 관세 일시 대상에 편입됐던 한국은 이후 미국과 협상을 벌여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대미 철강 수출 규모를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미국의 공식 발표로 관세 면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확실하게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철강 쿼터 시점을 5월이 아닌 올해 1월 1일부터 소급 적용할 것으로 알려져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입량을 제한하기로 한 한국의 사례는 다른 나라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관계자는 미 경제매체인 CNBC에 “쿼터는 면제 리스트에 오른 모든 국가와의 협의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측은 “호주·아르헨티나·브라질과는 원칙적인 합의를 봤으며 세부 사항은 곧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혀 이들 세 나라도 쿼터제를 어느 정도 받아들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교섭 상대로 남은 EU·캐나다·멕시코와는 녹록지 않은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쿼터제 등 기타 규제 수용 가능성을 전면 배제하며 관세의 무조건적인 영구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EU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미국산 수입품 대상 추가 관세 등 무역 보복조치를 꺼내 들겠다는 입장이다. 캐나다와 멕시코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개정안에 철강·알루미늄 수입 제한 조치를 포함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 별도의 사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일시 면제 기간을 더는 연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무역 마찰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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