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청춘들이 망할 위기에 처한 게스트하우스 와이키키에서 펼치는 포복절도 에피소드를 담은 드라마. 게스트 하우스 ‘와이키키’에 모인 여섯 명의 남녀는 청춘을 대변했다. 마치 시트콤 같은 호흡으로 연신 웃음을 자아냈지만 그러면서도 녹록치 않은 현실을 쌉싸름하게 표현했다.
김정현, 손승원, 정인선, 고원희, 이주우 등 출연진 모두 막강한 웃음을 담당했지만 그 중에서도 이이경은 코믹 하드캐리로 손꼽혔다. 생계형 단역 배우 이준기 역을 맡아 어떤 역할이든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모습을 다채롭게 소화해냈다. 몇 시간이 걸리는 분장부터 온몸 불사르는 액션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인생캐릭터’라는 칭찬을 들을 만했다.
이이경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극본 김기호 송지은 송미소, 연출 이창민)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인생캐릭터’라는 것은 제가 정하는 게 아니지 않나. 보시는 분들이 이렇게 말씀을 해주시니까 뿌듯하다. 반응도 그렇고 제대로 뛰어놀려고 했던 점에서 뿌듯하다. 앞으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 자신 없을 정도다. 가장 놀라운 것은 열심히 한만큼 알아봐주신 거다. 댓글에도 ‘열일한다’ ‘오늘도 준기는 열심이다’ 해주시더라. 감사한 일이다.”
이이경은 앞서 KBS2 ‘고백부부’에서도 코믹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파격적인 장발헤어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는 더욱 농익은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누구도 그가 코믹을 소화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때 알아본 사람이 있다. 영화 ‘이웃사람’의 김휘 감독이다.
“‘너는 코미디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2~30대에 그런 호흡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없는데 저에게 있으니 써야 한다는 거다. ‘고백부부’에서 잠깐이지만 웃긴 캐릭터를 제 호흡대로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현장에서 감독님도 그렇고 다 좋아해주시더라. 자신감과 맞물려서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다.”
동료 배우와의 호흡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여섯 명 모두가 열심히 하는 배우이기도 했지만 감독이나 작가가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작품 들어가기 전에 리딩을 서른 번 넘게 했다고. 배우가 대사를 할 때 어색하다 싶으면 즉석에서 바꾸기도 했다. 4회 연장이 되면서 탄력이 떨어질 때 쯤 다시 모여서 대본리딩을 했다. 감독의 큰 그림이 통했다.
“모두 웃기기 위해 태어난 캐릭터가 아니었다. 감독님도 장르가 시트콤처럼 다가오겠지만 이걸 드라마로 찍겠다고 하셨다. 이 친구의 밝고 웃긴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줘서 진지한 신이 나왔을 때 그만큼 대비될 수 있도록 해주셨다. 항상 웃기기 때문에 슬픔이 더 돋보일 수 있고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 거다. 그런 이야기를 충분히 나눠서 연기하기 편했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웃음이 가장 큰 특징이었지만 그 저변에는 씁쓸한 현실이 담겨있기도 했다. 더할 나위 없는 청춘드라마로서 N포세대로 대변되는 현실의 청춘을 반영해 웃픈 감성을 자아냈다. 특히 이이경이 맡은 이준기는 주목 받지 못한 배우. 이이경의 신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이준기 인생에서 가장 큰 역할을 맡게 된 날, 혼자 방에 틀어박혀 대본을 끌어안고 우는 장면이 그랬다.
“감독님께서 그 대본이 나오기 전주에 미리 말씀하셨다. 준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진짜로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그 신을 찍을 때 새벽 3~4시가 넘을 즈음이었다. 다음 날로 넘겨서 찍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제가 빨리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한 테이크만에 끝이 났다. 모니터를 해보니 이마에 핏대가 서서 울고 있더라.”
우선 본인이 100% 몰입을 하니 시청자의 호평도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앞서 언급했듯 ‘인생캐릭터’라는 수식어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끝내고 나서 이이경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평가는 어떨까. 이이경은 이번 작품을 통해 “코미디에 대한 확실한 확인을 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도전으로 시작해서 확실한 마침표가 됐다. 두 페이지 반도 넘는 대사를 혼자서 했는데 단순히 외운다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맛있게 쳐야 했다. 대사의 초반 중반 후반을 나누고 변화를 주면서 시청자에게 박히게 만들었다. 실제 톤은 저음인데 다른 배우들과 차별화를 주기 위해 올렸다.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린 작품이다.”
이이경이 얼마나 작품에 몰입하고 주변 또한 그에 동화됐는지 알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촬영 중 대사를 잘못 말했는데도 감독이 일부러 그렇게 한 줄 알았던 것. 그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이들도 이이경을 이준기 그 자체로 본 것이다.
“그 정도로 다 믿고 봐주시니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끝나고 나서 한판 잘 놀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게 됐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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