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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인사검증 대란, 인사구인 대란

민병권 정치부 차장





“청와대가 검증을 열심히 해 인선했지만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언론과 국민이 함께 검증해주셔야 합니다.”

현 정부 출범 후 인선된 고위공직자들에게 각종 도덕적·법리적 흠결 논란이 일 때면 청와대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기자들에게 이 같은 이야기를 종종 꺼내고는 했다. 청와대의 민정 및 인사 수석실이 하는 인사 검증은 고위공직 후보자의 면면을 뜯어보는 완결이 아니라 시작점일 뿐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최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과 관련한 갖은 의혹을 직면한 청와대의 자세는 사뭇 달랐다.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은 외유성 출장 의혹, 후원금의 부적절한 처리 의혹 등이 줄줄이 제기됐고 그 과정에서 김 원장이 거짓 해명을 했다는 비판도 쏟아졌지만 청와대는 기존처럼 자세를 낮추기보다 민정수석이 사후 검증을 해보니 문제가 없었다거나 김 원장은 여전히 신임받고 있다며 적극 ‘엄호사격’에 나섰다. 결국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며 여론이 한층 동요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지난주 서면 메시지를 내며 김 원장의 인사 문제에 대해 직접 인사권자로서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메시지의 내용은 혼란스러웠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김 원장과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 ‘당시의 관행’이었다면 해임 요구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실상 김 원장에게 ‘관행’이라는 마지막 보루를 세워준 셈이 됐다. 인사권자로서 맺고 끊음이 분명하지 않고 무언가 책임을 사정기관에 미루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공을 넘겨받은 선관위나 검찰은 판단 내용을 떠나 이 상황 자체가 얼마나 곤혹스러울까. 특히 검찰은 사정의 컨트롤타워인 민정수석이 재검증해 문제가 없다고 공공연히 결론 내린 사안을 다시 검증해야 하는 정무적 부담을 지게 됐다. 적법하다고 결론을 내리면 편파수사 논란이 일 수 있고 위법하다고 하자니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하는 조국 민정수석에게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법조인 출신이며 원칙론자인 문 대통령은 이번 논란을 보다 큰 그림에서 다루려 한 것으로 보인다. 추후 인선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인사 검증 논란에 대비해 이번 기회를 새로운 인선 기준을 세우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판례’로 삼으려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정치적 인사 검증 판례를 쌓아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당장 현재 비어 있는 청와대 내 고위참모 인선에서 지방선거 후 단행될 개각에 이르기까지 제2·제3의 인사 검증 논란이 빚어질 여지는 상존해 있다. 그때마다 대통령은 사정기관 등 제3자에게 판단을 맡길 것인가. 그 과정이 길어질수록 인선된 당사자는 정치적·사회적 칼부림을 홀로 몸으로 견뎌야 한다.

대통령이 중용하겠다고 결심하면 직접 정치적 책임을 지고 국민들 앞에 신임 입장을 밝히고 그것이 어렵다면 용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지도자·인사권자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이런 맺고 끊음이 분명하지 못하다면 인사 검증 대란에 앞서 후보군이 출사를 고사하는 구인 대란으로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다.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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