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62)씨의 항소심 재판이 시작되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심에서 일부만 유죄로 인정됐던 삼성 뇌물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11일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항소심 첫 재판을 열고 특검팀의 항소 이유를 들었다. 앞서 1심은 삼성이 최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혐의에 대해서는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며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삼성이 건넸다는 433억원의 뇌물 혐의 중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승마지원 관련 부분만 일부 유죄로 인정됐다.
앞서 특검 측은 삼성 측에서 건넨 금품이 영재센터 등 제3자에게 이익이 돌아갔다는 점을 고려해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혐의의 유죄 요건인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심은 이 같은 현안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특검팀은 이날 항소심 재판에서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특검팀은 “대법원 판례는 어떠한 직무의 대가로 금품 제공을 요구하고, 그 금품과 직무 현안이 서로 대가관계가 연결돼 있다면 재량 범위 내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부정한 청탁은 성립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작년 7월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진경준 전 검사장의 판결을 사례로 들었다. 특검팀은 최씨의 제3자 뇌물 혐의와 구조가 비슷하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대한항공의 서모 전 부사장에게 처남의 청소용역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특검팀은 “이 판례는 이후 장기간 이익 제공이 계속되는 상황에 비춰 향후 회사를 잘 도와달라는 청탁의 대가라고 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의 1심에서 삼성 뇌물 혐의를 일부 무죄로 판단한 사유 중 하나는 공범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단독 면담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미 면담 전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주주총회 결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삼성으로선 청탁할 현안이 없었다는 게 1심 판단이다. 하지만 진 전 검사장의 판례에 비춰 보면 회사를 도와달라는 청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게 특검팀의 취지로 보인다.
특검팀은 작년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5년 2개월을 선고받은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의 판결도 제시했다. 강 전 행장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지인 회사에 거액의 투자를 종용한 혐의 등을 받는다. 항소심은 강 전 행장이 남 전 사장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당시 형사4부는 “배임 비리를 추가로 조사하거나 법적 조처를 하지 말아달란 말이 포함돼 대가관계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한편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사건을 맡은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는 전날 신 회장의 국정농단 사건과 경영비리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기로 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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