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남태평양 바누아투에 아프리카 지부티에 이은 두 번째 해외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국가들은 중국의 ‘군사굴기’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NBC는 9일(현지시간) 호주 미디어그룹 페어팩스 등을 인용해 “중국이 바누아투에 영구 군사기지를 설치하기 위해 바누아투 정부와 예비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협의에는 중국 해군 함정이 바누아투 항구에 정박해 연료와 물자를 보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바누아투에 군사기지가 건설되면 중국은 지난해 7월 아프리카 지부티에 이어 두 번째 해외 군사기지를 두게 된다. 태평양상에는 첫 군사기지가 된다.
바누아투는 호주에서 동쪽으로 2,000㎞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나라로 호주와 뉴질랜드는 중국 함정들이 자국 앞마당을 지나다닐 가능성이 높아지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태평양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도 우려의 시선으로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CNBC는 “아직 중국의 공식 제안은 없었지만 예비협의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영구 군사기지로 전환하는 것이 중국의 목적”이라며 “이러한 우려에 미국과 호주 정부의 최고위급도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전 세계 사회기반시설 투자활동에 관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중국이 경제지원을 대가로 바누아투에 군사기지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바누아투는 대외채무의 절반 정도를 중국에 지고 있는 등 경제적으로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 있다.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중국의) 태평양 지역에서의 활동을 계속 지켜볼 것이며 일반적 견지에서 태평양의 군사기지화에 반대한다”며 중국의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과 서로 항공모함을 동원하며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남중국해 난사군도에 최근 군사용 통신 방해시설과 레이더 시스템을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군의 군사작전을 방해하고 남중국해에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