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의 피해자 고(故) 조중필씨 유족 측이 “수사 당국의 미흡한 조치로 진실이 늦게 발견된 데 대해 국가가 배상하라”며 위자료 청구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검찰이 진범 아더 존 패터슨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못한 것은 이미 배상했다”며 지급 의무가 없음을 주장했다.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8부(오상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기일에서 조씨 유족 측 소송 대리인은 “2009년 범죄인 인도 청구 전까지 수사 당국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유족에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대리인은 “검찰이 에드워드 리만 기소하고 패터슨에 대해선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아 도주하게 했다”며 당시 검찰의 부실 수사를 비판했다.
반면 국가 측은 “이미 과거 소송에서 검사가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못한 데 대한 위자료는 지급했다”면서 “위자료 청구 취지가 같은 만큼 각하돼야 한다”고 맞섰다. 앞서 법원은 지난 2006년 정부가 패터슨의 출국을 막지 못한 데 대해 3,4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판결한 바 있다.
대리인은 이에 대해 “당시는 담당 검사가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것만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 주장이 부딪치자 재판부는 유족 측에 소송 제기 이유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손해배상 청구 재판이 시작된 이날은 21년 전 조씨가 살해당한 날이기도 했다. 조씨는 지난 1997년 이태원의 한 햄버거 패스트푸드 매장 화장실에서 괴한에게 여러 차례 흉기에 찔려 숨을 거뒀다. 검찰은 당초 에드워드 리를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리는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검찰은 결국 2011년 재수사 끝에 패터슨을 진범으로 기소했고, 패터슨은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 형을 확정받았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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