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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한 발짝, 저리 한 발짝...춤추는 몸짓마다 피어난 '삶'

드 케이르스마커 내한 공연

사방 트인 미술관 무대로

관객과 더 가까이서 호흡

전석 매진...반응 뜨거워





장삼이사의 삶에는 이렇다 할 기승전결이 없다. 반복과 변칙뿐이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 약간의 변화만 일어도 소용돌이치는 듯한 삶. 그러나 전체를 놓고 보면 우리의 인생은 반복과 변칙의 연속이다.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의 춤은 꼭 우리네 삶을 닮았다. 동시대 예술의 최신 경향을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이 선보인 다원예술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2~3일 방한한 드 케이르스마커는 이제 갓 안무가로 데뷔한 22살의 젊은 예술가를 포스트모던 댄스의 거장 반열에 올려놨던 초기작 ‘파제, 스티브 라이히 음악에 대한 네 가지 움직임’ 중 3부 ‘바이올린 페이즈’를 선보였다. 독특한 점은 공연 장소가 미술관이라는 점, 무대 바닥에 새하얀 특수 모래가 무용수의 동선을 따라 궤적을 만들고, 마치 인생은 한 송이 꽃이라는 듯 한편의 회화 작품을 완성한다는 점이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드 케이르스마커가 직접 무대에 올라 16분간 반복과 절제, 변칙의 미학을 펼쳐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의 음악은 드 케이르스마커와 완벽하게 들어맞다가도 미끄러지고 어긋나며 변칙의 미학을 느끼게 한다. 멀리서 보면 반복으로만 해석되는 삶이 자세히 보면 작은 균열과 균열 메우기를 반복하는 분투의 삶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연을 앞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드 케이르스마커는 “22살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나만의 안무 언어를 고심하던 중 엄격한 구조, 강렬한 비트와 리듬으로 이뤄진 스티브 라이히의 음악을 듣고 무용의 세계로 초대받는 느낌을 받았다”며 “라이히의 음악은 나의 안무 언어를 정립한 시발점이고 지금까지도 나만의 언어나 문법을 발전시키는 에너지”라고 소개했다.



드 케이르스마커는 최근 들어 ‘파제’를 극장이 아닌 뉴욕 현대미술관(MoMA), 런던 테이트 모던 등 미술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새로운 무대 문법의 시발점이 된 작품인 만큼 이 작품을 통해 드 케이르스마커는 무용의 기하학적 변주, 공간과 관객과의 거리감 등 무용과 관객의 상호작용 등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방이 트인 미술관을 무대로 활용하면 정면의 개념이 사라지고 관객과 공연자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은 물론 춤의 기하학적 요소가 잘 드러나게 된다”며 “이를 계기로 무용, 공간, 음악의 확장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180명씩 총 6회 공연 예약이 순식간에 마감됐을 정도로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드 케이르스마커는 “춤을 ‘써 내려가는’ 작업, 자연과 인간의 에너지, 동양적 기에서 영감을 받아 시공간을 확장해가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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