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저녁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의 공연을 직접 관람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런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해달라”며 “ 평양 시민들에게 이런 선물 고맙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해진 것과 관련, ‘김정일’이 아닌 ‘김정은’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다시 말해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시민들에게 이런 선물 고맙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본인이 스스로 북측 최고 지도자에게 전하겠단 뜻으로, 이는 북한 방식의 유머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당초 3일로 예정된 남북 합동 공연을 관람할 예정이었으나 정치 일정으로 인해 1일 공연을 ‘깜짝’ 관람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이 함께 하는 합동 공연이 의의가 있을 수 있으나 남측 공연만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합동 공연을 보셨는데 단독 공연이라도 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고 현장에 있던 정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공연 관람으로 북한 경호팀이 과잉 대응하면서 공연 취재에 나섰던 우리 기자들의 현장 접근이 제한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당초 8명의 취재진이 공연 취재 예정이었으나 영상카메라기자 1명만 공연장에 들어갔고, 나머지는 모두 배제됐다.
이에 대해 김영철(사진)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2일 직접 취재진을 찾아와 사죄하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우리 예술단 및 취재진의 숙소인 고려호텔을 방문,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래 남측에서 기자 선생들을 북에 초청한 것은 정말 자유롭게 취재활동을 하고 편안하게 촬영도 하고 이렇게 우리가 해드려야 할 의무가 있다”며 “취재활동을 제약하고 자유로운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은 의도적으로 취재활동에 장애를 조성하거나 의도적으로 촬영 같은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초청한 귀한 손님들인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잘 하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김 부위원장은 긴급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자신을 “남측에서 저보고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역시 취재진의 무거워진 분위기를 먼저 풀어보기 위한 발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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