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뒤로하고 따스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때, 영등포 쪽방촌 거주민의 애환과 그들의 생활상을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영등포 쪽방촌은 매년 겨울 신용정보협회가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영등포 쪽방촌이 언제, 어떻게 형성됐는지에 대해서는 기록물이 없어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다만 영등포 주변에서 오래 사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략 1960년대 경제가 어려운 시절에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처음에는 쪽방이 아닌 판잣집이라 불렸다고 한다.
쪽방이라는 명칭은 하나의 방을 다시 쪼갠다는 뜻으로 사용된 유래도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보증금 없이 전용 수도와 부엌이 없는 2평(6.6㎡) 이내의 협소한 주거공간에서 단신거주자가 살고 있으며 물론 화장실도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좁은 계단을 내려와 외부 화장실에 가기도 힘들어한다.
현재 영등포 쪽방촌은 총 67개동에 541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다. 방 한 개당 1.5평(4.9㎡) 내외인데 이곳에 52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약 63세로 대다수가 독거노인이다. 신체장애가 있는 분들도 150여명이나 된다.
이들의 월 평균소득은 약 70만원인데 수입의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비로 충당된다. 일부 건강한 노인분들은 폐지 등을 주워다가 판매한 돈을 생활비에 보태고 있는데 요즘에는 그 벌이도 신통치 않다고 한다. 전체 소득에서 쪽방촌 월세로 평균 23만원을 집주인에게 내고 나머지 금액으로 매달 어렵사리 삶을 지탱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겨울은 유독 추운 날씨가 오래도록 지속됐다. 쪽방촌 거주민들은 판자로 나뉜 한평 반 남짓한 공간에서 변변한 난방도 없이 두툼한 외투와 낡은 전열 기구에 의존해 기나긴 겨울을 견뎌냈다.
협회 등이 제공하는 방한용 모포와 겨울용 외투가 도움을 주지만 차디찬 겨울바람이 불 때마다 그들의 깊은 주름이 더 깊게만 느껴지고 조금 더 넉넉하게 후원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마음이 아팠다.
온몸으로 추위를 이겨내는 이들에게 큰 희망은 ‘그럼에도 매년 참고 지내면 따뜻한 봄날이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이다.
우리 주위에는 어려운 이웃이 많다. 경제가 어렵다고 후원을 줄이거나 끊는다면 쪽방촌 거주민들은 유일한 피난처를 잃을 수도 있다. 모두가 저마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지만 따스한 봄날의 햇살처럼 작은 정성이라도 우리의 온정을 이들에게 나누고 전한다면 쪽방촌 거주민들에게도 몸과 마음에 진정한 봄이 찾아오리라. 온기는 나눌 때 더 따스하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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