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 신세로 전락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와 재판에서 일체의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여론을 의식한 전략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들 전직 대통령이 선고·기소를 앞두고 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방어권마저 포기해 자칫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오는 6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공판을 연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지 354일 만이다. 유·무죄가 갈리는 중요한 날이지만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그는 ‘정치 보복’을 외치며 재판은 물론 외부 접견도 일체 거부하고 있어서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때부터 변호를 맡다가 사임한 유영하(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와 본인의 민사 소송을 맡은 도태우(41기) 변호사 외에는 누구도 만나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역시 지난달 22일 구속 이후 박 전 대통령과 비슷한 이유로 옥중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같은 달 29일 법원 허가를 받아 구속 기간을 오는 10일까지 연장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물론 부인 김윤옥 여사까지 조사 자체를 거부하면서 추가 혐의에 대한 조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검찰은 구속영장에 포함된 혐의를 중심으로 관련 인물을 소환 조사하는 등 보강 조사에 주력해 이 전 대통령을 우선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민정 비서관이 받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0억5,000만원 등 여죄 수사가 불가피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터라 재판에서 새로운 혐의를 밝혀 추가 기소한다는 전략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공범인 최순실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는 상황에서 ‘정치 보복’을 앞세운 배수의 진이 선고에서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전 대통령의 침묵 전략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그가 옥중 조사와 달리 재판에서는 강훈 변호사 등을 내세워 총공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두 전직 대통령이 정치 보복 논리를 앞세운 거부 전략을 써 왔으나 결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변론권 포기가 ‘억울하다’는 뜻이 아닌 오히려 ‘죄를 인정한다’는 쪽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전 대통령은 강 변호사 등과 자주 접견하고 있는 만큼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기소 이후 전략을 새로 꾸릴 수 있다”며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한 것과 달리 재판에서는 공세를 이어가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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