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 비자 신청자에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내역 제출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테러 예방 및 불법이민 차단을 위한 조치지만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 국무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관보에 게재한 이민 및 입국심사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미국 비자 신청자는 최근 5년간 사용한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SNS 계정 아이디를 제출해야 한다. 이 외에도 △5년간 사용한 휴대폰 번호, e메일 주소 △타국 추방 기록 △테러 활동에 연관된 가족의 유무 등을 미국 정부에 알려야 한다. 국무부는 60일간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개정안을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 송부할 예정이다. OMB의 최종 승인을 거치면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 조치는 외교·공무비자를 제외한 모든 비자 및 이민 신청자에게 적용돼 연간 1,470만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비자면제 협정을 맺은 한국·영국·캐나다 등 40개국 국민은 이번 개정안의 대상이 아니지만 비자면제 기간인 90일을 넘겨 장기체류 비자를 신청할 경우 개정안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테러 및 불법이민 차단을 위한 정책을 입안해왔기 때문에 이번 정책의 주타깃은 중동 무슬림 국가 및 남미 국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첫 행정명령으로 예멘·이란·리비아 등 무슬림 6개국 국민에 대한 입국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으며 지난달에는 외국인 입국자의 신원조회를 전담하는 ‘국립입국심사센터’ 설립을 지시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내에서도 SNS 감시가 과한 조치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인 미국민권자유연합(ACLU)은 “이제 사람들은 온라인에 올린 자신의 말이 정부에 의해 잘못 해석되지 않을까 염려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더구나 ‘테러 행위’라는 막연한 말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무슬림 국가 출신) 사람들을 차별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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