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군이 충돌해 모두 17명이 숨지는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중재 노력이 미국의 반대로 난항에 부딪힌 가운데 팔레스타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주이스라엘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에 반발해 다음달까지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어서 사태 장기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전날 ‘땅의 날’ 시위에서 숨진 17명을 기념해 전국적인 추모를 선포했다. 전날 이스라엘군과 시위대 간 유혈충돌에 따른 사망자는 17명, 부상자는 1,400명으로 지난 2014년 ‘50일 전쟁’ 이후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팔레스타인 전역의 학교·대학·정부기관은 순교자의 영혼을 추모하기 위해 휴업한다”고 선언했다.
‘땅의 날’은 이스라엘 정부의 팔레스타인 토지 강제수용에 반발한 팔레스타인 비무장시민 6명이 이스라엘군에 살해된 1976년 3월30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난민 신세가 된 팔레스타인인의 귀환과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의 의미를 가진 이날 시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과 맞물려 3만명(이스라엘군 추산)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로 비화했다. 시위대가 접경지대 부근으로 행진하자 이스라엘군은 탱크와 100여명의 저격병을 배치해 무력 진압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거점에 공습을 가했다. 부상자 가운데 758명은 이스라엘군의 실탄 사격으로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보리는 쿠웨이트의 요청으로 지난달 30일 긴급회의를 개최, 가자지구 상황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독립성이 보장된 조사를 실시한다는 성명 초안을 마련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은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예정 시기와 ‘대참사의 날(이스라엘 건국일, 5월15일)’이 끼여 있는 다음달까지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어서 이스라엘군과의 충돌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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