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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드] 압승 바라보는 시시...'제2 무바라크' 데자뷔?

■ 경쟁자 없는 이집트 대선 시작

연임 성공땐 2022년까지 통치

"3선 대통령 관심없다" 밝혔지만

헌법 고쳐 장기집권 꾀할수도

'아랍의 봄' 의미 퇴색될까 우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수도 카이로에서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카이로=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이집트 대통령선거에서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의 압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가 다음 임기 중 장기집권의 야망을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헌법개정으로 3연임 금지 조항을 폐기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처럼 장기집권의 길을 닦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1981년부터 30년간 이집트에서 장기 집권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에 대한 공포까지 언급되는 가운데 시시 대통령의 장기집권이 현실화될 경우 ‘아랍의 봄’으로 불렸던 2011년 시민혁명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집트 대선은 26~28일 사흘간 1만3,687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되고 투표 결과는 오는 4월2일 공식 발표된다. 후보로는 시시 대통령과 무사 모스타파 무사 ‘가드당’ 대표 단 2명이 출마했다. 무사 대표는 인지도가 낮은데다 얼마 전까지 시시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했던 인물이라 시시의 무난한 압승이 예상된다. 2014년 취임한 시시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오는 2022년까지 4년 더 집권하게 된다.

국방장관 출신인 시시 대통령은 2013년 쿠데타로 무함마드 무르시 민선정부를 전복한 뒤 2014년 5월 선거에서 96.9%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경제난과 어지러운 사회질서 정립을 위해서는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다.

다만 당시 투표일을 하루 더 연장했음에도 투표율이 47.5%에 불과했던 만큼 이번 대선에서는 투표율 올리기가 관건으로 떠오른 상태다. 4년 전보다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경우 정권 유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투표율을 근거로 시시 대통령이 헌법을 고쳐 장기집권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투표율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집트 현행헌법상 대통령은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 시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3선 연임의 대통령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권력욕으로 볼 때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예상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의 비상임 선임연구원 H A 헬러는 미 CNN방송에 “사람들은 시시 대통령이 임기제한을 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얘기해야 한다”며 “그는 자신이 이집트를 구원했고 국가의 모든 짐이 자기 어깨 위에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국민들은 과거 30년간 장기 집권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시대와 같은 군부독재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공군참모총장 출신인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1981년 안와르 사다트 전 대통령의 사망을 계기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뒤 무려 30년간 철권으로 통치하다 2011년 2월 민주화시위로 물러났다. 시시 대통령도 군부실세에서 대통령직을 거머쥔 인물로 무바라크 대통령 집권 당시인 2011년 최연소 국방부 정보국장에 올랐고 2012년 8월 국방장관에 임명된 뒤 이듬해 쿠데타를 주도해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에 앞장섰다.

이집트 대통령선거가 시작된 26일(현지시간) 수도 카이로 교외인 기자의 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기자=AFP연합뉴스


다만 시시 대통령 집권 이후 이집트의 정치·사회적 민주화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높은 투표율과 득표율로 정권의 기반을 다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질서재건과 경제개혁을 이유로 시민사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왔다. 특히 최근 1년 동안은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포함해 수백개의 웹사이트를 차단하고 야권 인사와 반정부세력을 투옥하는 등 폭압통치를 했다. 게다가 물가상승률은 30%대를 기록해 경제상황도 나아지지 않았고 테러리즘 증가로 오히려 더 큰 불안이 초래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일부 야당이 선거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며 유권자들에게 ‘대권 보이콧’을 촉구한 것도 정부의 탄압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앞서 1월 사미 아난 전 이집트 육군참모총장이 군부에 체포되고 아흐메드 샤피크 전 총리가 행방불명 소동 끝에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잠재적 대선후보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낙마했다.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는 “이집트에서 최근 몇년간 정부 비판자와 평화 시위자들,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불공정한 재판에 따른 체포와 구금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H A 헬리어 선임연구원은 “무바라크 대통령 통치기간에 나온 반대 의견이 2011년 민주화 혁명을 이끈 것”이라며 “제한된 환경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꾸준히 나와야 발전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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