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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된 17조 미세먼지 대책

사흘째 '나쁨'에도 속수무책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따라 공공부문 차량 2부제가 시행된 26일 정부서울청사 관계자가 홀수 번호판을 단 차량의 진입을 막고 있다. /이호재기자




정부가 지난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나랏돈과 기업 자금 등 총 17조원을 투입하는 미세먼지관리종합대책을 시행 중이지만 미세먼지 농도는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대한민국 전체를 창살 없는 감옥에 가두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26일 환경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4시 서울의 미세먼지(PM 10) 농도는 116㎍/㎥로 ‘나쁨(81~150㎍/㎥)’을 나타냈다. 미세먼지 농도가 사흘 연속 100㎍/㎥를 넘어선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더 치명적인 초미세먼지(PM 2.5)도 82㎍/㎥를 기록하며 나흘째 ‘나쁨(51~100㎍/㎥)’ 행진을 이어갔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17조원짜리 미세먼지관리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보급 확대 등을 위해 정부 예산 7조2,000억원과 지방비 2조원을 쏟아붓고 기업 등 민간도 오염방지시설 개선 및 질소산화물 배출 부담금 납부 등에 8조원가량을 쓰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먼지에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창살 없는 감옥에 꼼짝없이 갇혔다.

이날 오전 한때 미세먼지 농도가 186㎍/㎥까지 치솟고 미세먼지 주의보까지 내려지자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실외수업 금지령을 내렸다. 한 교사는 “예전에는 실내수업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가 비였는데 지금은 미세먼지”라며 “야외수업도 분명 필요하지만 학부모의 항의전화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미세먼지가 조금이라도 심한 날에는 밖에 안 나가는 게 좋다”고 전했다.



평소 지하철로 회사를 오가던 직장인 최모(30)씨는 승용차로 출근했다. 미세먼지가 심하니 차를 가져가라는 아내의 권유 때문이었다. 최씨는 “아내가 평소 지하철로 다니라고 하는데 오늘은 차를 가지고 나가라고 했다”며 “평소 안 몰고 다니던 차를 타고 회사를 갔는데 주차할 곳이 없어 인근 주차장을 찾느라 지각했다”고 토로했다.



전국 학교의 야외수업은 실내수업으로 대체됐고 공공기관과 기업 등의 야외행사 취소도 줄을 이었다. 미세먼지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차량 2부제를 시행한 공공기관 곳곳에서는 차량 진입을 놓고 승강이가 벌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미세먼지 대책은 겉돌고 있다. 무엇보다 고농도 미세먼지의 60~80%에 이르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전문가들은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의 가장 큰 요인으로 중국을 지목한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며 “가장 큰 원인은 중국발 스모그”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은 베이징·톈진 등과의 저감 협력사업 확대, 중장기적으로 동북아 미세먼지 협약 체결 검토 등이 고작이다.

국내 대책도 허술하기 그지없다. 정부는 27일부터 초미세먼지 환경기준을 일평균 50㎍/㎥에서 35㎍/㎥로 강화하면서도 수도권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기준(50㎍/㎥)은 그대로 뒀다. 자동차 사용 자제, 공사장 작업시간 단축 등 상당수 제한 조치도 그저 권고일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오히려 승용차 이용량이 늘어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차량 2부제 대상을 민간차량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던 정부는 아직도 관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뿐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세종=임지훈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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