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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마농’ 연출가 “마농이라는 여성을 피해자로서 묘사하지 않을 것”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마농’ 연출가 뱅상 부사르가 작품의 극적 속도감과 젊음의 무모함이 가진 비극성에 주목 할 것을 밝혔다.

2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오페라 ‘마농’ 간담회에서, 연출가 뱅상 부사르는 “저에게 중요한 것은 오페라박물관에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마농과 데 그르외가 오늘날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젊은이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 레싱 , 연출가 뱅상 부사르(오른쪽)




프랑스 소설가 아베 프레보의 자서전적 소설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코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는 오페라 <마농>은 귀족 출신의 데 그리외 기사와 평민 출신의 소녀 마농의 우연한 만남과 격정적인 사랑을 다룬다. 사치와 향락, 화려한 삶을 동경하고 오직 사랑과 유희만을 끊임없이 욕망하는 젊고 매혹적인 마농의 짧고 뜨거웠던 삶과 그녀의 변화무쌍한 심리적 갈등이 작곡가 마스네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화려하고 관능적인 음악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마농>은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 안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마농은 숨가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파리로, 수도원으로 바쁘게 움직인다.

연출은 <마농>이 가진 비극적 아름다움을 더욱 빠르고 밀도 있게 몰아가면서 18세기의 이야기가 아닌 물질적 욕망을 좇아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 현재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끊임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지만 그럴 때마다 동시에 지루함과 허망함을 느끼고 다시 다른 것을 원하는 마농은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욕망과 그 이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일수도 있다.



연출가 뱅상 부사르가 무대에서 만들어내고자 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 구조는 <마농>에 나오는 신구세력의 충돌이다. 뱅상 부사르는 이번 한국 공연을 통해 마농이라는 여성을 피해자로서 묘사하지 않고 자신의 치명적인 매력이 가지는 힘을 알고 그 힘을 휘둘러서 원하는 것을 얻고자 했던 강한 여성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마농을 둘러싼 인물들의 관계와 갈등을 더욱 두드러지게 묘사할 예정이다.

연출가는 “두 캐릭터가 만난 지 3분 만에 평생을 함께하자며 결혼하자고 결정한다. 필터 없이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데 그리외의 행동들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점은 젊은 남자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데 그리외는 젊고 열려있는 캐릭터이고 마농은 구식에서 탈피하고자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윤호근)은 2018년 첫 번째 작품으로 프랑스 대표 작곡가 마스네의 대표작 <마농>을 4월 5일(목)부터 8일(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 손지혜, 테너 이즈마엘 요르디 & 국윤종, 바리톤 공병우, 베이스 김철준을 비롯하여 소프라노 신효진, 이지혜, 메조소프라노 김윤희, 테너 노경범, 베이스바리톤 우경식, 윤규섭 등 이 출연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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