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90년생 김지훈의 역습?…'미투vs유투' 잘못된 이유

남성들 "우리가 역차별당했다"

전문가 "미투는 남성 적대 아냐"

만연한 성폭력에 대한 고발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일부 남성들의 반격에 직면하며 남녀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들은 남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역차별당하고 있는데도 ‘미투’ 운동은 일방적인 가해자로 몰아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투’를 미러링 해 ‘유투(You Too·너도 당했다)’, ‘미투플레인(미투와 맨스플레인의 합성어)’ 등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여성들은 혜택을 누리기만 하고 남성들이 오히려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미투 대 유투’라는 구도는 성차별적 구조 타파라는 운동의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투, 반격에 직면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서 활동을 시작한 ‘유투’ 계정은 “남성들이 받는 차별을 공론화하겠다”면서 “당신도 피해자입니다(You too are a victim)”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계정 운영자는 미투 운동 과정에서 남성에 대한 인권 침해와 차별에 관한 부분은 무시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게시글 일부 캡쳐




지난 21일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서는 “한국에서 남자이기 때문에 겪는 차별과 피해를 79년생 정대현이란 사람의 인생에 대입한다면 이런 내용일 것”이란 글이 화제가 됐다. 정대현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소설 ‘82년생 김지영’ 속 김지영의 남편 이름이다. 해당 소설은 여성이 한국에서 살아가며 겪는 일상 속 차별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냈다.

작성자는 “학창시절 스포츠머리 강요” “여성단체의 로비로 군가산점제가 폐지된 상황” “독박 데이트·결혼 비용 부담” “임산부 배려석” 등을 남성도 성차별의 희생자라는 증거로 들었다.

글쓴이의 주장과는 달리 군가산점제는 여성단체의 로비가 아닌 헌법재판관 전원의 위헌 판결로 없어졌다. 결정 요지는 “가산점제도는 제대군인에 비하여, 여성 및 제대군인이 아닌 남성을 부당한 방법으로 지나치게 차별”하므로 헌법 11조에 규정된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남성에게 강요되는 사회적 고정관념(맨박스)은 페미니즘의 연구 주제 중 하나이다.

/사진=인터넷 캡쳐


비슷한 취지의 크라우드 펀딩도 등장했다. ‘90년생 김지훈’ 출판 프로젝트 제안자는 “90년대에 태어나 누나·여동생 먼저 주의라는 역차별을 겪으며 살았다”며 “역차별을 당하고 살아와 마음 속에 생채기 난 90년대 남성들을 달래기 위해 소설을 준비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해당 펀딩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대한 폭력이나 혐오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거절됐다.

프로젝트가 텀블벅 측에 의해 거부되자 ‘90년생 김지훈’이란 계정이 400만~1,000만원의 고액을 페미니즘 관련 프로젝트에 후원했다가 취소하기를 반복하는 헤프닝도 벌어졌다. 프로젝트 성사를 고의로 방해하기 위해서란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1990년은 116.5라는 역대 최악의 성비를 기록한 해다. 자연 성비(105)보다 남아가 훨씬 많이 태어났던 이유는 당시 ‘백말띠 여자애는 팔자가 드세서 낳으면 안 된다’는 미신으로 인한 여아 낙태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남아 선호사상이 강했던 경북(130.7), 대구(129.7), 경남(124.7) 등 영남지역은 성별 불균형이 더 심했다.

◇‘미투’는 ‘남성 적대’ 아냐

남성들이 역차별을 호소하는 현상은 새롭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김영 부산대학교 여성연구소장은 “아내가 당하는 가정폭력 얘기를 하면 곧바로 ‘매 맞는 남편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규모만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이 둘을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사회구조적 맥락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말하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던 사람들이 애써 용기를 내 상처를 말하고 있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여성활동가 나영(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은 “미투 운동은 남성 일반에 대한 처벌이나 적대를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말하기 어려운 구조하에서는 남성도 피해를 호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성들이 문제를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거나 여성과 비교할만한 피해의 경험으로만 구성하려는 것은 명백한 퇴보”라며 “남성 여성 모두 자유롭지 못한 사회 구조를 함께 바꿔나가고자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