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와 싱크탱크 직원을 성폭행한 의혹을 받는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26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서울서부지법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했다. 안 전 지사의 법률대리인단도 출석하지 않았다.
안 전 지사의 법률대리인인 이장주 변호사는 “안 전 지사가 검찰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했고 필요한 조사도 다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래 영장실질심사제도가 피의자의 자기 변론 권리를 위한 것인데도 불출석한 사유는 아마도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좌절감 안긴 데 대한 참회의 뜻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서류로만 영장실질심사를 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판사에게 한 번 더 객관적 판단을 받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지만 안 전 지사는 ‘괜히 더 나가면 국민들이 보기 불편하고 피로감만 느낀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언론에 반복 노출되기보다는 재판에서 정식으로 다투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법조계는 안 전 지사가 심사를 거부한 만큼 구속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본다. 영장실질심사는 법원이 피의자의 구속 여부를 판단하기 전 피의자를 직접 만나 심문한 뒤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다. 통상 피의자가 판사에게 한 번 더 자신을 소명할 수 있는 기회여서 직접 출석하는 게 피의자에게 유리하지만 안 전 지사는 이를 거부했다. 게다가 지난 25일 안 전 지사의 대선 캠프 참가자들로 구성된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안 전 지사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 2명을 추가로 공개해 안 전 지사의 상습 성추행 의혹에 무게를 더했다.
법원은 제출 받은 이 변호사의 사유서를 검토해 기일을 다시 지정하거나 강제구인 절차를 밟는 등 심사 절차를 검찰과 조율할 예정이다. 법원은 구인장도 이미 발부해 둔 상태지만 집행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미체포 피의자 심문은 피의자가 와야 하는데 오늘 오지 않았다”며 “기일을 옮기거나 구인하는 등 절차는 검찰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