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필하모닉은 21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오케스트라입니다. 특히 이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연주할 때 활을 센티미터 단위로 움직일 만큼 정교한 연주 실력을 갖추고 있어요. 이들과 일할 수 있는 환상적인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경기필하모닉의 새로운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선임된 마시모 자네티(56·사진)는 2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의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술적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경기필하모닉을 도전적인 자세로 이끌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자네티는 세계 음악계에서 ‘오페라 거장’으로 통하는 지휘자다. 이탈리아 출신의 그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팔레, 베를린 슈타츠카팔레, 베를린 슈타츠오퍼 등 세계 최정상급 악단과 함께 ‘카르멘’, ‘피가로의 결혼’ 등 다양한 오페라 공연을 선보였다. 오페라 지휘의 1인자로 통하면서도 자네티는 체코 필하모닉, 슈투트가르트 라디오심포니, 버밍햄 심포니 등 유럽 곳곳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심포니 지휘자’로서도 화려한 명성을 쌓아왔다. 전임자인 성시연 지휘자가 예술감독으로 활동한 4년(2014년 1월~2017년 12월) 동안 단원들의 기량과 인지도를 동시에 끌어올린 경기필하모닉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하면서 최정상급 심포니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네티는 이날 간담회에서 앞으로 다양한 레퍼토리 선정으로 곡 구성의 폭을 넓히고 오페라의 형식을 도입한 오케스트라 공연도 적극적으로 선보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고전시대부터 후기 낭만, 현대 음악을 아우르는 연주를 하는 것이 최근 유럽 오케스트라의 경향이기도 하고 내가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오케스트라에 오페라 형식을 접목한 ‘콘서트 오페라’를 꾸며 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밝혔다.
애초에 자네티는 경기필하모닉의 객원 지휘자로 오는 9월7일과 8일 두 차례 국내 관객들 앞에 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세계 음악계의 거장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싶은 경기도문화의전당의 욕심과 경기필하모닉의 능력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던 자네티의 생각이 맞아떨어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자네티는 오는 9월 예술감독으로 공식 취임한 뒤 2년 동안 경기필하모닉을 이끌게 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정재훈 경기도문화재단 사장은 “경기필하모닉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뻗어나가는 데 자네티 신임 감독이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경기도문화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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