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기가 막히는 것은 정부의 대책이다. 26일 환경부가 ‘수도권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통해 내놓은 것이라고는 공공기관 차량 2부제와 대기배출사업장 단축 운영, 살수차량 운행 등에 불과했다. 가급적이면 외출을 자제하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라는 대응요령도 제시됐다. 하나같이 ‘사후약방문’ 같은 처방이다. 어디를 봐도 근본적인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어쩌다 미세먼지 원인 제거 관련 정책이 나와도 결과는 당초 의도와 정반대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등으로 2022년까지 미세먼지 국내 배출량을 30%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석탄발전소 발전량은 1년 전보다 되레 12%가 늘었다. 공약 이행을 위해 원전을 줄이다 보니 석탄발전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미세먼지를 잡기 어렵다. 더군다나 미세먼지의 가장 큰 발생원인 중국발 오염물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얼마 전 춘제 기간 폭죽놀이에 사용된 화약성분이 국내에서 검출되는 등 중국발 미세먼지의 증거가 속속 나오는데도 당국은 중국의 책임회피를 전혀 추궁하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심각한 문제다. 정부의 중요 국정목표인 안전한 나라는 사고가 없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부는 국내 발생요인을 줄여나가는 한편 해외 오염물에 대한 대책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일본·중국과 함께 유럽의 ‘대기오염 물질 이동에 관한 협약’ 같은 구속력 있는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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