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심사관의 거절 결정에 대한 타당성과 특허무효를 판단하는 특허심판원이 올해로 어느덧 스무살이 됐다. ‘스무살’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철모르던 대학교 새내기 시절의 풋풋함, 입시지옥을 벗어난 해방감과 함께 어른이라는 무거운 책임감도 동반한다.
스무살은 어른이 된다는 뜻으로 유교권 국가에서는 상투를 틀고 갓을 쓰는 관례를 하기 때문에 ‘약관(弱冠)’이라고 부르니 특허심판원도 이제 ‘약관’ 어른이 됐다. 그런데 알고 보면 특허심판원은 몸은 스무살이지만 생각하는 것은 일흔살이 넘은 속칭 ‘애늙은이’다. 특허심판원의 전신으로 지난 1946년 미 군정기부터 광업공업국 특허원 ‘심판과’가 있었고 1977년 상공부 특허국이 특허청으로 승격되면서 ‘심판소’와 ‘항고심판소’가 신설됐으며 1998년에 특허 관련 사법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두 기관이 ‘특허심판원’으로 합쳐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특허심판의 효시는 1949년에 청구된 ‘상자’ 디자인에 대한 사건으로 이때부터 1997년까지 약 50년 동안 3만여건이 청구됐다. 그런데 특허심판원이 생긴 1998년부터 2017년까지 약 20년 동안 23만6,000여건이 청구됐다. 우리 국민의 특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특허 관련 분쟁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특허심판을 처리하는 심판관도 1998년 26명에서 2018년 현재 95명으로 크게 늘었다. 한편 심판처리기간은 특허심판원 개원 전인 1997년 14개월에서 2007년 6개월 내로 줄었다가 최근 심판청구 급증에 따라 2017년 10개월로 길어졌다.
예전에는 심판이 서류로만 진행됐지만 2006년부터는 구술심리를 도입해 국민들이 서류로 다 쓰지 못한 쟁점을 말로써 속 시원하게 심판관 앞에서 털어놓을 수 있도록 지원해 심판의 정확성도 높였다. 심판 결과에 불만을 갖고 특허법원에 불복하는 비율은 1998년 19.2%에서 2017년 11.6%로 줄면서 국민들이 심판 결과를 수용하는 비율이 늘었다. 이렇게 여러 측면에서 보면 특허심판원은 양적으로 성장했고 질적으로 성숙했다.
하지만 스무살 어른이 된 만큼 국민의 기대 역시 높아졌다. 특허심판을 더욱 전문성 있고 공정하게 처리해달라는 요구다. 이를 위해 심판관을 지원하는 인력 충원 등 심판지원시스템을 도입해 심판관이 사건에 보다 전념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지난해 심판관의 문호를 대거 개방해 변리사 등 민간 전문가를 심판장과 심판관으로 채용한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loT) 등 첨단기술과 현장 전문가를 심판의 심리에 참여시키는 전문심리위원제도도 신설해 심판관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약관’ 특허심판원이 어른다운 모습으로 성장했다면 다음 20년을 잘 준비해 ‘불혹(不惑)’의 나이에는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돼 믿음과 신뢰받는 세계 최고의 특허심판원이 되기를 국민들과 함께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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