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사단’ 대표감독 전재홍(41)씨가 공공장소에서 남성의 나체를 촬영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정은영 판사는 성폭력특별처벌법 위반 혐의(카메라등이용촬영)로 전 감독에게 벌금 500만원형을 선고하고 24시간 성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범행에 사용된 휴대폰 몰수를 명령했다고 21일 밝혔다.
전씨는 지난 2016년 8월 서울의 한 헬스장과 찜질방 탈의실에서 남성 이용객들의 나체 동영상 10여개를 찍은 혐의로 같은 해 9월 기소됐다.
전씨 측은 “휴대폰을 자주 잃어버려 도난범을 잡으려고 카메라를 켜 둔 것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찰은 휴대폰 포렌식 조사에서 전씨가 나체 영상 10여 개를 저장했다가 지운 흔적을 발견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이 전씨를 용서하지 않았고 강력한 처벌을 원했다며 지난 9일 벌금 500만원형을 구형했다.
정 판사는 “법이 보호하는 법익은 피해자의 성적 자유와 함부로 촬영 당하지 않을 자유”라며 “촬영자의 동기나 목적이 범죄 성립 여부를 좌우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촬영 부위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부위인지 고려해야 하는데 피고인이 찍은 것은 성기를 포함한 알몸이며 얼굴까지 식별될 정도다”며 “찍히는 입장에서는 어느 면으로 봐도 성적 수치심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촬영물의 내용과 정도가 심하며 범행이 하루가 아닌 며칠에 걸쳐 이뤄졌으나 촬영물을 따로 저장하거나 다른 곳에 이용했다고 볼 근거가 없고 초범인 점, 피해자들이 받았을 상당한 충격 등을 모두 고려해 벌금형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전씨는 데뷔작 ‘아름답다’로 제22회 후쿠오카 아시아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뒤 ‘풍산개’ ‘살인재능’ 등을 선보이며 김기덕 사단의 대표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데뷔작 ‘아름답다’는 김기덕 감독이 원안을 쓰고 제작한 영화라는 점에서 ‘선후배가 함께한 화제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고현정기자 go838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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