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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포세이돈' 바다에 날아든 다크호스들

[한국 해군 해상초계기 도입…수주 경쟁 치열]

현존 유일 운용 '美 보잉 P-8 포세이돈' 우세 속

스웨덴 사브·EU 에어버스·이스라엘 IAI 등

수주전 가세 … '1강·3중·1약' 구도로

한국 해군, 북 잠수함 SLBM 대응 시급

"절대 강자냐" "가성비·기술전수냐" 고심

일각 "사업 지연 대비 중고기 구입 개조를"





2조원대 규모의 해상초계기 수주전에 불이 붙었다. 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잡음도 일고 있다. 수주전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네 가지. 미국 보잉사 P-8 포세이돈이 절대우위라는 점과 가격 및 속도전 여부, ‘노이즈마케팅(noise marketing)’이 효과를 낼지가 주목된다. 잘못 알려진 것도 있다. 보잉 P-8 포세이돈에 스웨덴 사브사의 소드피시가 도전하는 2자 구도가 아니라 최소한 5개 회사가 벌이는 다자 간 경쟁구도다.

◇최소한 5파전 구도, 6파전 될 수도=보잉과 사브뿐 아니라 여러 회사가 수주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유럽 에어버스사는 지난 2월 열린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한국의 해상초계기 수주전에 참여한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스라엘 국영항공사(IAI)도 마찬가지다. 국내 중소업체인 한백항공도 이미 도전장을 냈다. 보잉사와 사브사 간 양자구도가 부각됐지만 실제로는 5파전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저울질하고 있다는 프랑스 닷소사까지 끼어들면 6파전 구도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5파전 구도를 회사 규모와 지명도로만 따지면 ‘2강(보잉·에어버스) 2중(사브·IAI) 1약(한백항공)’이 경쟁하는 형국이다. 다만 실제 경쟁구도는 외형 규모와 달리 저 멀리 앞서 가는 1강(보잉)에 3중이 따라붙고 다크호스(한백항공)가 기적을 바라는 모양새다. 보잉 P-8의 경쟁력이 그만큼 강하다. 무엇보다 실제로 배치돼 운용 중인 해상초계기는 P-8이 유일하다. 독자적으로 제트 해상초계기를 생산하는 러시아와 중국, 일본(가와사키 P-1)을 제외하고 해상초계기를 운용하는 모든 국가(미국·영국·호주·인도)들이 도입한 기체가 하나같이 P-8이다. 크기로 P-8에 견줄 수 있는 기체는 에어버스만 갖고 있다. 에어버스는 A-320을 기반으로 해상초계기를 제작해 독일과 캐나다 등에 공급한다는 목표를 가졌으나 아직 구상단계다. 다른 경쟁자들은 절충교역을 통한 최신무기 기술 전수 등 사탕을 제시하지만 보잉의 우위는 강고해 보인다. 다만 보잉도 약점은 있다. 사업속도가 관건이다.

◇긴급구매로 진행될지 여부가 관건=해상초계기 추가 도입은 해군의 숙원사업. P-3C와 P-3CK(중고기체 도입 후 개량)를 각 8대씩 16대 운용하는 해군은 70척이 넘는 북한의 잠수함·잠수정 세력을 견제하고 추적하려면 최소한 36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줄기차게 제기했다. 마침 미국이 최신형인 P-8을 개발 배치하던 시기였으나 한국 해군은 엄두도 못 냈다. 가격이 너무 비싼 P-8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 미 해군에서 2009년 퇴역한 S-3 바이킹 중고기체. 20여기를 들여와 개량한 뒤 투입한다는 계획은 미국 측이 중고기 가격을 두 배가량 올리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

방향을 잃은 해상초계기 사업은 북한 변수로 되살아났다. 북한이 잠수함발사전략미사일(SLBM)을 개발한 이상 오랜 시간 체공하면서 잠수함을 잡을 수 있는 기종의 도입이 다급해졌다. 국방부는 예산을 6,000억원 증액해 1조9,400억원 규모로 늘렸다. 해군은 내심 바라던 P-8 도입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



◇속도 지연될 가능성 없지 않아=보잉사 역시 수주를 낙관했으나 다시 변수가 생겼다. 경쟁자가 많아지면서 방위사업청의 구매기준까지 구설수에 오르는 분위기다. 논란이 심해지면 입찰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유일한 실존 기체를 가진 보잉은 가급적 빨리 결정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 ‘생산라인의 가동상태를 감안할 때 올해를 넘기면 가격이 비싸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해상초계기 해외구매의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적 변수가 하나 더 떠올랐다.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이어져 북미 정상회담에서 ‘평화’라는 귀결점을 찾을 때 ‘고가의 해상초계기 대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저가를 도입하자’는 기류가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도전자 그룹, 기술과 당근도 만만치 않아=보잉의 절대 강세에 도전하는 경쟁자들의 기술력도 만만치 않다. 기체 크기와 총 이륙중량, 무장 탑재량, 확장 가능성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나 전자제품 소형화로 스웨덴이나 이스라엘·한백항공이 제시하는 비즈니스 제트기를 활용한 해상초계기도 서류상 성능은 뛰어난 편이다. 더욱이 이들 업체는 하나같이 방산협력, 신기술 이전이라는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형 차기전투기(KFX) 개발에 획기적인 기술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제의도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아덱스에서 한국 해상초계기 수주전 참가를 공식적으로 밝혔던 스웨덴 사브사는 캐나다 봄바디어사 기체를 플랫폼으로 해상뿐 아니라 지상·공중까지 아우르는 ‘글로벌아이’를 2월 선보였다. 이 기체를 해상초계기형으로 전용하고 무장을 장착하면 소드피시가 된다. 사브사는 기술이전과 공동생산까지 제의했다. 이스라엘 IAI사와 한백항공의 플랫폼도 봄바디어사의 챌린저 600 시리즈 기종이다. 한백항공은 냉전 시절 서방진영과 미국의 대잠전 최전방을 맡아 대잠수함 감시와 공격 기술이 뛰어난 캐나다 회사 3개사를 묶어 1년 전부터 방사청 문을 두드렸다. 캐나다 회사들은 최첨단 레이더, 미션 컴퓨터, 체계통합 전수 등을 약속하고 있다.

◇가격 논란 불가피=어떤 기종으로 결정돼도 가격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가격 흥정은 계약 최종 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같은 기종이라도 무장과 탑재 전자장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P-8은 특히 가격 편차가 커 2조원의 예산으로 해군이 원하는 대로 6대를 구매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탑재장비에 따라 대당 가격이 최대 1억달러까지 차이 날 만큼 P-8은 비싼 기종이다. 다른 경쟁자들은 이 틈을 노리고 있다. 해외 업체와 한백항공은 한국의 예산으로 8대에서 15대까지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플랜 B 마련해야’ 주장도=사업이 지연될 경우를 대비해 중고 P-3C를 더 들여오자는 주장도 일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쏟아지는 중고 물량만도 약 150대. 여기서 상태가 좋은 기체를 골라 개조한 뒤 활용하자는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나 대한항공(KAL)이 개조사업을 진행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축적한 상태다. 이 주장에는 새로운 개조 개량으로 기술을 더 익히면 국내 해상초계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가격과 예산 부담도 상대적으로 작다. 그러나 도입 이후 40~50년은 굴려야 할 해상초계기로 중고 P-3C를 도입한다면 20년 이상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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