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수화 및 자막이 없는 피난 안내 영상은 청각장애인이 이해하기 어렵고 앞 부분에 삽입된 영화관 광고는 집중하기 어렵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각 영화관마다 영상에 수화와 자막을 제공하고 광고영상은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귀가 완전히 들리지 않는 청각2급 장애인 A씨와 B씨는 영화관을 이용할 때마다 피난안내 영상물에 수화나 자막이 제공되지 않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또 비상구와 출구 등 표시가 명확하지 않고, 피난과 상관없는 영화관 홍보 광고가 전체 상영시간의 3분의 2를 차지해 이후 피난영상에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A씨와 B씨는 장애인 단체를 통해 국내 멀티플렉스 3곳(메가박스·롯데시네마·CGV)와 소방청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영화관 측은 “수화를 삽입하면 관객의 시선이 분산되고 자막을 추가하면 정보가 과다해진다”며 “오히려 장애인과 비장애인 관객 모두 피난안내 정보를 정확하게 인식하기 어렵고 비용도 2억 원 가까이 든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오히려 수화와 자막·이미지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 정보를 제공하면 관객들도 피난안내 정보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다”며 “관객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목적과 기업의 영업규모를 감안하면 이행 불가능한 부담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또 피난안내 영상물 앞부분에 삽입된 광고에 대해 “음성을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에게 영상물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광고에 시선을 빼앗겨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 3곳에 △피난안내 영상물에 광고 삭제 △청각장애인에게 적합한 수화 제공 △스크린, 비상구, 출구 등 필수 정보 표시 및 적절한 자막 내용과 속도 개선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소방청에도 관련 법령 개정과 해당 기업의 개선조치에 대한 관리감독을 권고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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