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의 접견조차 거부하고 두문불출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를 맡은 국선변호사를 최근 만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은 변호사를 통해 “(친박 인사 공천을 위한) 선거 기획, 여론조사 비용 지급, 경선 운동 등을 지시·승인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 3번째 공판과 친박 여론조사·공천 개입 2번째 공판에서 장지혜 국선변호사는 최근 박 전 대통령을 접견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혐의 부인 사실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장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확인했다”며 “기본적으로는 공소 사실을 지시하지도, 보고받지도, 승인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재판까지 정리해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변호인을 접견, 공소 사실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은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건 재판부(형사합의22부)를 불신한다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후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벌써 5개월째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이날 재판도 출석하지 않았다.
다만 재판 일정이 예정보다 더 속도를 내면서 각종 혐의에 대한 본인 의사를 조금씩 표현하기로 한 게 아닌가 추정된다. 실제로 이날 재판도 본래 이달 27일로 예정됐던 것을 열하루 당겨 진행했다.
공천 개입과 달리 국정원 특활비 상납 변호를 맡은 국선변호인들은 아직도 박 전 대통령과 접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역시 다음 재판까지 박 전 대통령의 의견을 듣기 위한 접견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새누리당 지지도가 높은 지역에 친박 인물을 대거 당선시키기 위해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모, 친박 선거운동을 기획하고 여론조사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또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36억5,000만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상납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이 돈을 차명폰 구입과 요금 납부, 기치료·운동치료·주사 비용, ‘문고리 3인방’ 활동비·명절비·휴가비 등으로 사용했다. 국정원장들은 지난 15일 재판에서 “(청와대에 전달한) 돈이 국가 운영에 쓰일 줄 알았다”며 모든 혐의를 박 전 대통령에게 떠넘기는 입장을 취했다.
이와 관련한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3월28일이다. 이후 실제 공판은 4월11·13일·18일·20일에 열기로 잠정 결정됐다.
한편 이와 별도로 국정농단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는 다음달 6일 내려진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혐의에 대해 지난달 27일 징역 30년형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받은 상태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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