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내용으로 가면 문제는 더 복잡하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체제 보장 조건으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과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정전협정 당사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될지도 모른다. 현실화한다면 우리는 한미동맹은 물론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도 잃어버리게 된다.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방사포를 포함해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재래식 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자칫 오판할 수도 있다. 북한의 조건은 우리로서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대북 제재 공조가 이완될 우려도 있다. 가뜩이나 대북 제재를 떨떠름하게 생각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미대화 과정에서 제재 완화의 목소리를 높일 게 분명하다. 중국·러시아가 국제공조에서 이탈한다면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는 미국의 방침도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 ‘이것이 북미 정상회담의 진정한 위험’이라는 미국 언론의 경고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한반도 긴장 완화의 큰 걸음을 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합의된 것이라곤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 이제는 세부내용 안에 숨어 있는 악마의 모습을 하나하나 찾아내고 이에 대비하는 데 모든 외교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다음달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은 그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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