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저녁 배우 조민기(53)가 목숨을 끊은 서울 광진구의 한 대형 주상복합건물 지하주차장은 현장 감식을 나온 경찰 과학수사대와 몰려든 취재진으로 긴장감이 맴돌았다.
조 씨의 이웃 주민들은 그의 사망 소식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사건 현장을 지나던 한 이웃 주민은 “1주일 전 조 씨를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났다”면서 “어두운 표정으로 회색 털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조 씨의 집에서 인기척은 느낄 수 없었다. 다만 현관 안 쪽에서 그가 키우던 반려견 소리가 이따금 들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잦아들었다.
조 씨 집 맞은편에 거주하는 한 이웃 주민은 “평소 강아지 두세 마리를 키우는 것으로 안다. 가끔 얼굴 보고 인사하던 사이였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긴 했지만 주민으로서 여러모로 마음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계단을 오르던 한 이웃 주민은 “평소에 얼굴을 종종 봤지만 (제자 성추행) 사건 이후에는 보지 못했다”며 “같은 건물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니 조금 무서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조 씨의 빈소는 9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장례식장 204호에 마련됐다.
오후 6시께 장례식장 참관실에서 조 씨 아내가 부축을 받으며 나왔다. 이내 화환으로 출입구가 가려진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시간 가까이 지나자 문 앞의 화환이 치워졌고 이따금씩 들려오던 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빈소 조문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한 여성은 “어찌됐든 사람이 이렇게 떠났다는 게 안타깝다”며 슬픔을 표했지만 조 씨를 성추행범으로 단정지으며 비난하는 무리도 여전히 적지 않았다. 10시께 진정된 못브으로 조 씨 아내와 친인척들은 다시 참관실로 향했다. 장례식장을 지나치던 한 시민은 “유족들한테는 안된 일이지만 조 씨의 죽음으로 미투 운동 열기가 식어서는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유동현·유민호기자 dongh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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