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및 인사보복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 측이 검찰에 현직 부장검사의 글 때문에 명예가 실추되는 등 ‘2차 피해’를 봤다며 수사를 요청했다. 성추행과 인사보복 의혹을 규명하는 데서 출발한 검찰 수사가 서 검사의 ‘2차 피해’도 조사하는 쪽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10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 검사 측은 지난 5일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에 재경지검 소속 A부장검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서 검사 측은 A부장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에 ‘성추행 문제를 자신의 인사문제와 결부시키지 말라’는 취지의 글을 올려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한다. 글이 게시됐던 시점은 서 검사가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지 이틀 후인 지난 1월31일이다.
A부장검사는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표현을 동원해 서 검사가 마치 성추행 사건을 부풀려 인사특혜를 받으려 한다는 인상을 주도록 글을 작성했다고 서 검사 측은 말했다.
서 검사 측은 A부장검사가 곧바로 해당 글을 삭제하고 ‘서 검사의 고백을 응원하고 격려한다’는 취지의 글을 새로 올렸다고 했다.
서 검사 측은 조사단에 A부장검사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면서, 그가 원래 작성한 글을 캡쳐한 사진을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서 검사는 자신의 폭로가 인사문제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9월 피해 사실을 두고 면담을 했던 법무부 간부를 2차 가해자로 조사단에 수사 요청한 것도 ‘인사 불만 때문에 성폭행 의혹을 폭로한 게 아니냐’는 편견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 검사 측은 해당 법무부 간부에 대해 “작년 9월 면담 후 윗선에 ‘서 검사는 면담 당시 진상조사를 요구한 상황은 아니었고 인사 요청만 했다’는 취지로 허위사실을 보고했고 이 때문에 검찰 내에 잘못된 편견이 퍼졌다”고 주장한다.
조사단은 서 검사 측 요청에 따라 A부장검사와 법무부 간부에 대한 조사착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조사단은 서 검사의 인사기록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현직 부장검사와 검사도 ‘2차 가해자’로 조사 중이다. 이 의혹은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근무했던 이모 부장검사가 검찰과 소속이었던 신모 검사를 통해 서 검사의 인사기록을 유출했다는 내용이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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