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북 특사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국, 해외 언론 등을 통해 비쳐진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여유 있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북 특사단 전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보도된 자신에 대한 평가, 알려진 이미지 등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며 “이에 대해 무겁지 않은 농담을 섞어서 여유 있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핵무기를 가진 미치광이(madman)’, ‘꼬마 로켓맨’, ‘병든 강아지’ 등으로 표현하고 해외 언론에서도 김 위원장의 큰 체구 등을 언급하는데, 이런 평가를 여유 있게 받아넘긴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우리 측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표현을 몇 차례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여러분의 상황을 이해한다”며 “이해한다는 표현을 몇 차례 썼고 그 중 하나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언급한 ‘한미 훈련 연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사단은 북한에서 극진한 환대보다는 세심한 대우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울에서 북한 측을 만났을 때 우리가 먼저 ‘평양은 냉면이 최고라는데 맛을 보고 싶다’, ‘평양 온반이 어떤 음식인가’ 라고 물었는데, 특사단 파견에서 냉면은 방북 둘째 날 옥류관에서 나오고 온반은 첫날 만찬장에서 나왔다”고 소개했다.
또 경호 체계도 이전처럼 빡빡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예전에 평양을 방문하면 한 사람당 한 명의 경호원이 붙었는데 이번에는 없었고 특사단을 보호하면서도 부담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 한 층을 특사단이 다 쓸 수 있게 비워줬는데 경호원들이 그 층의 양쪽 출입구 있는 쪽만 지키는 수준이었다”며 “호텔 경내 울타리가 쳐져 있는 범위 내에서 산책하는데 전혀 간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숙소에는 한국 방송과 미국과 중국 뉴스, 국내 인터넷 포털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통신선을 열어놨다고 한다.
방북 첫날인 5일에는 접견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김 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바로 몇 미터 앞까지 마중을 나왔다는 전언이다. 접견장 바로 옆 만찬장으로 이동할 때는 김 위원장과 부인인 리설주가 바로 앞에서 맞이했으며 와인을 한 잔 정도 한 후 평양소주를 마셨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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