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사에서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와 임권택 감독은 ‘환상의 단짝’으로 통하며 항상 나란히 불렸다. 지난 1983년 ‘비구니’로 만난 이 두 거목은 ‘서편제’로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관객 100만명 돌파를 이뤘고 ‘춘향뎐’으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며 ‘취화선’으로 칸에서 감독상을 받아왔다. 우리 전통문화를 우리가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둘을 아교처럼 붙여놓은 것으로 흥행성패보다는 문화적 가치를 중시한 결과다.
이효승 전무이사는 그런 이태원 대표의 둘째 아들이다. 보스턴대에서 외교학을 전공해 외교관을 꿈꾸던 아들은 영어를 잘하니 회사의 해외업무를 도맡기 위해 입사했다.
“프랑스 칸에 가면 칸영화제 본선에 오른 영화를 출품한 나라만 본관에 국기를 걸 수 있습니다. ‘춘향뎐’을 본선에 올린 2000년부터 칸영화제 본관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어요. 그뿐인가요,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강수연 배우가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죠. 최명길 배우가 주연한 ‘장밋빛 인생’은 낭트영화제 대상을 받았어요. 이런 영화들을 위해 서류를 만들고 현지에서 통역과 번역을 도왔던 그런 ‘잔 실무’를 제가 함께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부전자전인 모양이다. 우리 영화를 알리는 과정에서 외교관 못지않은 문화외교의 보람을 맛본 그는 아버지를 닮은 영화인이 돼 있었다.
“다음 영화로 빼앗긴 우리 문화재를 사비를 털어 되찾아온 간송 전형필 선생의 일대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파라아이스하키를 모르는 것만 이상한 게 아니었어요. 간송의 삶과 공을 모르는 사람이 생각외로 참 많았습니다.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가는 간송미술문화재단과 특별한 공감대를 갖고 만나고 있는데 무척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겁니다.”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이태원 대표는 지금도 가끔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 이번 영화 시사회 후 이 전무에게 “고생했다”며 등을 두드려줬다.
이 전무는 아버지의 영향을 제대로 받은 ‘역량 있는 영화인’으로 동생 이지승 교수를 치켜세웠다. ‘색즉시공’ PD로 ‘입봉’해 ‘해운대’까지 PD를 맡은 그는 ‘공정사회’를 첫 작품으로 ‘섬, 사라진 사람들’을 연출했다. 한양대와 뉴욕대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내 한국영화아카데미 프로듀싱 과정 교수를 맡고 있다. 누구도 못 말리는 영화가족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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