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배우 이모(34)씨는 유령회사를 만든 뒤 서류를 조작해 국가지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이씨는 지난 2015년 공연제작 관련 유령업체 3곳을 설립한 뒤 허위로 작성한 임대계약서와 창업프로젝트 계획서를 기보에 제출하고 기술보증서를 발급받았다. 기술보증서를 이용해 금융기관에서 3차례에 걸쳐 각각 1억원씩 총 3억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것이다. 이씨는 기보의 실사에 대비해 사무실을 임대하기도 했다. 이씨에게 사무실을 알선해준 공범 전모(48)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정부의 청년창업지원 정책 기조에 편승해 기술보증기금을 노린 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보증제도는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인 기술보증기금에서 담보를 제공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무형 기술을 심사해 보증서를 발급해주면 보증서를 근거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저금리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난달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정 의원이 기보로부터 제출받은 ‘허위자료 제출기업 보증 현황’자료에 따르면 기보가 허위자료를 낸 기업에 지원한 보증액 160억원 가운데 회수액은 66억원으로 회수율이 41.6%에 그쳤다. 또 지난해 9월까지 기보가 허위자료 제출로 입은 손실액은 104억원에 이른다.
기술보증기금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기술보증서를 발급받으면 까다로운 은행 대출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데다 기보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술보증서로 대출받은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기보가 대신 변제해준다는 점을 범죄자들이 악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기보가 2009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기술보증으로 22억6,400만원을 지원한 반도체 관련 기업 메이플세미컨덕터는 수출실적을 조작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지만 기보는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보는 해당 기업에 대해 35회에 걸쳐 사후관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허위자료 제출 등을 적발해야 할 기보 내부직원들이 오히려 뇌물을 받고 기술보증 심사를 부실하게 하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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