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들이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한다면 의원 숫자가 좀 늘어나도 탓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지방의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1991년 지방의회가 처음 출범한 후 지방의원들은 각종 일탈행위는 말할 것도 없고 온갖 사건·사고에 연루되면서 함량 미달이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막장 수준의 감투싸움은 다반사고 잿밥에 눈이 멀어 의정 감시는 뒷전인 지방의원들도 부지기수였다. 특정 업체에 관급공사를 몰아주고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가 구속되는가 하면 폭행사건에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최악의 물난리로 주민들이 고통받는 가운데 관광이나 다름없는 해외연수를 떠났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의정활동 과정에서는 지역 발전보다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습도 보였다. 이러니 지방의회 무용론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최근 국민들 사이에서는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력구조를 분산시킬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지역주의를 완화하기 위해 선거구 관련 제도도 바꿔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회 헌정특위는 출범 40여일이 지나도록 개점휴업 상태다. 정치개혁 작업이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방의원 숫자만 늘렸으니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밥그릇만 챙긴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치권은 이제부터라도 정치적 입장과 당리당략을 내려놓고 오직 국민의 입장에서 정치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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