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경기호조와 법인세 인하로 현금자산이 증가하자 자사주 매입에 대거 나서고 있다. 특히 이달 초 뉴욕증시가 조정을 받자 1,100억달러가 넘는 실탄이 자사주 매입에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전문매체인 CNBC는 26일(현지시간) 금융정보 제공사인 트림탭스를 인용해 이달 들어 미 기업들이 사들인 자사주가 1,134억달러(약 121조6,000억원)어치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15년 4월 이후 최대 규모다.
기업들은 이달 초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 매도로 몰리자 이를 자사주 매입 기회로 활용했다. 이달 들어 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5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감세 혜택의 일부를 자사주 매입에 돌리기로 한 기업들이 증시를 떠받친 것이다.
지난해 말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대폭 인하하는 감세안이 처리된 후 애플·구글·시스코 등 미 대기업들은 잇따라 자사주 매입 계획 등을 발표해왔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지난주 말 적절한 투자처가 없으면 1,160억달러에 달하는 버크셔의 현금성 자산 일부를 자사주 매입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산츠치 트림탭스 국장은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가 가계보다 기업 소유자나 주주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하나의 신호”라고 분석했다. 자사주 매입은 주식유통량을 줄여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며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주주들에게 이익이 환원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지난해보다 23% 증가한 6,500억달러에 이르고 주주배당금도 12% 늘어난 5,1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CNBC는 1월 시간당 임금이 감세 등의 영향으로 2.9% 오르고 기업들의 올 투자지출도 전년 대비 11% 증가할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전망을 제시하며 감세가 미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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