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수뢰 후 부정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에게 22일 징역 10개월에 집유 2년을 선고했다. 그에게 인사·수사 관련 청탁을 하기위해 금품을 공여한 혐의(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된 유모 IDS홀딩스 회장은 징역 1년6개월 실형과 추징금 4,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구 전 청장에 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김모 전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관에겐 징역 1년과 추징금 2,500만원을 내렸다.
유 회장과 김 전 보좌관은 구 전 청장에게 뇌물을 공여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구 전 청장의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뇌물 공여와 관련한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없이 제공했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구 전 청장의 뇌물수수죄가 인정되려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며 “김 전 보좌관은 돈을 봉투 여러 개에 나눠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 넣었다가 청장 사무실에서 주는 수법을 두 차례나 썼다고 했지만 통상의 뇌물 전달방식으로 볼 때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구 전 청장은 당시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거론됐다”며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뇌물을 받은 상황이나 김 전 보좌관 소개로 처음 만나는 유 회장의 청탁 대가를 받은 것도 이례적”이라고 덧붙엿다.
재판부는 청탁 내용인 윤씨와 진씨의 특진, 윤씨의 영등포 경찰서 전보도 구 전 청장이 직권을 남용한 게 아니라고 봤다. 구 전 청장이 인사 지시를 했는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우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구 전 청장이 경찰관 승진을 심사하는 위원회나 영등포 경찰서장의 재량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인사조치를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IDS홀딩스측이 타인을 경찰에 고소한 사건을 윤씨에게 배당하도록 지시한 것은 구 전 청장이 본인이 관여할 수 없는 일에 끼어들어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된다고 했다. 구 전 청장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 중 이 부분만 유죄가 됐다. 성 부장판사는 “구 전 청장은 민원을 들어준다는 명목으로 함부로 권한을 남용해 사회 일반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그가 청탁받은 내용은 특정 경찰을 특정 수사에 배당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 수사에 대한 공정성을 의심받게 하고 구 전 청장의 법적 지위마저 위태롭게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유 회장이 김 전 보좌관을 통해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현금 총 3,000만원을 구 전 청장에 주고 IDS홀딩스에 수사 편의를 봐줄 경찰관의 특진, 특정 경찰서 배치를 청탁했다고 봤다. 유 회장의 청탁 대상이었던 경찰관 윤모씨와 진모씨는 실제로 특진했고 윤씨는 IDS홀딩스 수사를 진행하던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배치됐다. 그는 IDS홀딩스에 수사 정보를 넘겨주고 금품을 수수해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IDS홀딩스 사기 피해자 모임을 지원하는 이민석 변호사는 “청탁을 들어준 사실이 있고 뇌물 공여자들도 시인을 했는데 구 전 청장이 무죄를 받은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부실한 검찰 수사가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무죄를 낳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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