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절한 표정으로 마지막 동작을 마친 최다빈(18·고려대 입학예정)은 가슴에 두 손을 얹고는 눈을 질끈 감으며 짧은 숨을 내뱉었다. 키스앤크라이존에서 느린 화면으로 나오는 자신의 연기를 초조한 표정으로 지켜본 그는 이내 신혜숙 코치의 품에 안겨 딱 그 또래 소녀처럼 해맑게 웃고 있었다. 67.77점. 또 최고점이었다.
최다빈은 21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67.77점을 받았다. 실수 없는 ‘클린’ 연기를 선보였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트리플 플립, 더블 악셀의 점프 3개 과제를 모두 깔끔하게 성공했다.
최다빈은 생애 첫 올림픽인 이번 대회에서 연기를 펼칠 때마다 개인 최고점 경신 행진을 펼치고 있다. 지난 11일 팀이벤트(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에서 65.73점을 기록, 지난해 4월 세계선수권에서 작성한 62.66점을 훌쩍 넘어섰고 이날은 열흘 전보다 2점 이상을 더 얻었다. 팀이벤트는 올림픽 데뷔전, 이날은 올림픽 개인전 데뷔전이었다.
경기 후 눈물을 보인 최다빈은 “4조의 가장 마지막(전체 30명 중 24번째)에 연기를 펼쳐 많이 긴장됐지만 그동안 열심히 훈련했기에 나 자신을 믿고 뛰었다”며 “그동안 올림픽을 향해 열심히 달려왔다. 만족스러운 연기를 해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그는 “실수 없이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 만족한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여유롭게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최다빈은 중간 순위 3위에 올라 최소 9위를 확보하면서 24명이 출전하는 프리스케이팅에 무난하게 진출했다. 쇼트 최종 순위는 8위. 23일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다면 목표로 했던 톱10 진입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피겨의 올림픽 톱10은 2010밴쿠버대회 금, 2014소치대회 은메달의 김연아(은퇴)가 유일하다.
최다빈은 앞서 팀이벤트 경기를 마치고는 그동안 많이 의지했고 믿었던 엄마가 가장 생각난다며 “나를 믿어주셨던 엄마가 있어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최다빈의 어머니는 딸이 삿포로 아시안게임 금메달, 세계선수권 10위 등으로 한창 활약할 때인 지난해 6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감당하기 힘든 슬픔에다 발목 부상과 발에 잘 맞지 않는 부츠 문제까지 겹쳐 슬럼프 조짐마저 보였던 최다빈은 그러나 가장 큰 무대에서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서 가장 어린 김하늘(16·수리고 입학예정)은 54.33점으로 21위를 차지했다.
/강릉=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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