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분위기? 취준생한테 그런 게 어딨나요”
설 연휴도 학교 도서관에서 보내고 있는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은 취업을 위해 명절도 유예한다. 명절을 건너뛴 지 2년이 넘었다는 김모(26)씨는 “어차피 떡국 먹어봤자 나이 더 먹었다는 실감밖에 더 드냐”고 반문하며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도 자소서 쓰랴 면접 준비하랴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부모의 눈칫밥을 먹을 바에야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는 얘기였다.
3년째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류모(24)씨도 부담감을 호소했다. “집이 부산인데 내려갔다오는 시간 동안 공부를 못 한다는 불안이 크다”면서 “고시생은 바이오리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임모(26)씨는 “저희 스터디가 10명인데 설이라 공부를 거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사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27)씨는 “매 명절 별 느낌은 없지만 ‘벌써 세번째 설이라니 빨리 끝내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대학 도서관은 평소와 다름 없이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열람실은 물론이고 취준생들이 그룹스터디를 위해 이용하는 세미나실은 열한 개가 전부 차있었다. 연세대학교 도서관 경비노동자 A씨는 “어제 새벽 두 시에도 도서관이 꽉 차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며 “요즘 취업이 힘드니 학생들 도서관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이화여자대학도 마찬가지였다. 가방을 메고 불이 환히 밝혀진 열람실로 들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학교를 찾은 관광객들과 대비를 이뤘다.
오히려 명절 연휴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았다. 김모(24)씨는 “명절에도 도서관에 있는 건 상관 없는데 식당이 전부 문을 닫아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게 조금 서럽다”고 말했다. 김씨도 “스터디를 해야 하는데 도서관이나 학교 밖의 스터디룸이 영업을 하지 않고 밥 문제가 생기니까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8.7%로 전년 동월 대비 0.1%p 늘었다. 이중 20대 실업자는 34만2000명에 달한다.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해 말에 비해 다소 회복했으나 2월 졸업자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전히 청년 고용상황은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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