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경기도에 있는 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직원 한 명이 성폭력 사건 등을 제보한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혀 징계당할 위기에 처해 긴급구제를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오전 임시상임위원회를 개최해 경기도 이천의 해당 장애인시설 원장에게 인권침해 행위 중지를 권고하고, 이 시설 직원 A씨에 대한 법률구조를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에 요청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이 시설에서는 입소자 사이에 성폭력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는데 원장이 이를 보고받고도 방치한 정황이 있었다.
당시 인권위는 시설에서 조사를 벌인 다음 입소자 4명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원장 등 관계자 3명을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2월 검찰에 고발했다.
직원 A씨는 이때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이후 법인 대표로부터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혔다고 한다.
A씨는 “법인 측이 13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고 등 징계를 하려 한다”면서 지난 9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시설 원장은 지난해 12월 임시진상조사위원회에 A씨를 출석시켜 A씨가 내부고발자인지 추궁했고, 시말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한편 돌연 다른 부서로 인사 조처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이 같은 시설 측 조처가 인권위법 및 공익신고자보호법 등을 어겼으며, 인권위법상 긴급구제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측은 “진정인 A씨 징계가 의결되면 신분 변화와 심리적 고통 등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우려된다고 판단해 긴급구제를 결정했다”면서 “법률구조재단에 A씨에 대한 법률 자문과 적절한 구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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