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1순위 당해 지역 청약 접수를 받은 ‘과천 푸르지오 써밋’은 청약 결과 주력 평형인 전용면적 84㎡ 일부 타입이 미달됐다. 애초 시장의 기대가 상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과천 푸르지오 써밋의 일부 평형대가 미달된 이유 중 하나는 과천 지역의 수요층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다음날 진행된 기타지역 청약 접수에서는 전날 미달된 평형대에 2,000명이 넘는 접수자가 몰리는 등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마감됐다. 이와 달리 지난 몇 년간 중소형에 비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대형 평수인 전용 101㎡~114㎡는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당해 지역에서 마감됐다. 대형 평수의 경우 공급 물량이 적은 가운데 고정적인 수요층이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이유에 대해 “분양 사업을 하는 사업자들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시장에서 잘 팔리는 물건을 많이 만들고, 잘 팔리지 않는 물건을 적게 만들기 마련”이라며 “중소형이든 대형이든 늘 고정적인 수요층이 존재하는데 대형 아파트가 수요에 비해 적게 공급되니 경쟁률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천 푸르지오 써밋의 사례처럼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그 동안 시장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 인식됐던 대안 상품들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등으로 지난 몇 년간 시장의 이끌었던 부동산 상품에 대한 투자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회사인 피데스개발은 ‘주거 공간 7대 트렌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피데스는 올해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로 △투기지역 지정 △다주택자에 대한 금융 및 과세 강화 △신 총부채상환비율(DTI)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소비자 심리 악화 △아파트 청약가점제 △분양가산한제 적용을 통한 분양 시장 규제 강화 등을 꼽았다.
작년 10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미래주택소비자인식조사에서도 대안 상품이 부동산 시장의 주류로 부상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비자들은 우선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그간 변방으로 인식됐던 지역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규제가 덜한 성남시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8.2%로 가장 많았으며, 김포시(7.3%), 고양시(7.1%) 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상품 측면에서 보면 투기 지역 이외의 아파트를 눈여겨 본다고 답한 응답자가 54.3%로 가장 많았으며, 오피스텔(46.8%)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많았다. 대안 상품을 주목하는 현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조짐이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총 1,013명을 대상으로 현재 부동산 투자 상품을 조사한 결과 2013~2016년 조사에서는 없었던 토지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4.7%로 조사됐으며, 오피스에 투자한다는 투자자도 3.8%로 나타났다.
피데스는 구체적으로 올해 부동산 시장을 이끌 키워드로 △똘똘한 한 채 △세어하우스 △전용 85㎡ 초과 △에어비앤비와 같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숙박시설 등을 꼽았다. 똘똘한 한 채는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정부가 주택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증세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그간 서울과 수도권 등 여러 지역에 부동산을 소유했던 다주택자들이 앞으로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강남 지역에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면서 강남 지역의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정부가 수 차례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을 쏟아냈지만 올 1월 서울 집값 상승률은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서울 지역의 강세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서울 주택매매가격지수 변동률(전월 대비)이 0.86%를 기록해 2008년 7월(0.91%) 이후 9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시장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서울 강남권 주택 시장으로 몰리면서 전반적인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강남구가 전월 대비 2.72% 올랐으며 송파구(2.45%), 서초구(1.80%), 강동구(1.32%) 등이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서울의 평균 주택가격도 5억5,000만원을 넘어 전국 평균의 2배에 달했다.
또 셰어하우스는 공동체 생활에 적극적인 젊은층을 겨냥한 대안 상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는 독립적인 생활을 중시했기 때문에 초소형 원룸을 여러 채 지어 임대하는 것이 유리했으나 최근 들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공유 문화가 확산되면서 잠을 잘 수 있는 침실만 개별적으로 사용하고 넓은 공용 공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주거 공간을 선호하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들어 부동산 개발회사와 건설사들도 이 같은 주택 수요층의 변화에 따라 공용 공간 서비스를 강화한 주거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여행객들이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숙박시설을 선호하면서 이들을 수요층으로 한 한국식 숙박시설도 대안 상품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정부가 단기적인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대증요법으로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대증요법과 같은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누르면 누를수록 대안 지역이나 상품으로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시장으로 유동성이 흘러 들어가면 결국 시장이 커지게 되고 환금성이 높아져 투자자가 더 몰리게 된다”며 “올해는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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