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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회장 "다 털었다더니...수천억 해외 부실에 당혹"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대우건설 인수 철회 심경 밝혀]

"예상은 했지만 부실 커...여기까지 왔는데 아쉬워

노조문제·특혜 의혹은 극복 가능할 것으로 봤다"

가격인하 여지도 500억 불과...인수 포기에 영향미친 듯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특혜 의혹은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 곳에서 나온 해외 부실 규모가 너무 컸습니다.”

지난 8일 대우건설 인수 의사를 접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9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대우건설 인수 철회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여기까지 왔는데 아쉽다”며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입찰 과정은 물론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후에도 계속된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오히려 큰 걸림돌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는 “(노조와 정치권 문제는) 부담이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니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해외 사업장의 돌발 부실에 대한 우려가 인수를 포기한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을 일정 수준 예상했지만 이번에 한군데서만 나온 게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며 “그동안 해외 부실을 깨끗이 털었다고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나오니까 당혹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대우건설이 2016년에 해외 부실을 다 털었다고 했는데 이렇게 드러나니 전체적으로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부담스러워졌다”고 추가 부실 우려가 컸음을 시사했다.

입찰 과정에서는 대우건설이 2016년과 2017년 각각 1조4,000억원과 1,500억원의 해외 부실을 회계에 선제적으로 반영한 만큼 앞으로는 오히려 환입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오갔다는 것이 호반 측의 설명이다.

자문사를 통해 대우건설 부실에 대해 일정 부분 알 수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구체적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산은이 정밀실사에서 하라며 전혀 자료를 주지 않아 접근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호반건설 측은 삼정 KPMG, 김앤장, 크레디트스위스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대우건설 매입을 추진해왔다.



정밀실사 이후 가격 협상조차 시도하지 않은 이유는 추가 가격 조율 여지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초 호반 측은 정밀실사 과정에서 추가 협상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모로코 플랜트 사업장 한 곳에서만 3,000억원의 부실이 갑자기 불거져 정밀실사까지 갈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호반건설 인수합병(M&A) 담당 고위관계자는 “입찰 규정상 인수제안가 대비 가격조정폭이 3%에 불과해 가격 인하 여지가 500억원이 채 안 된다”며 “게다가 매각 주체가 엄밀히 따지면 산업은행이 세운 사모펀드(PEF)이기 때문에 펀드 청산 이후 손해배상을 청구할 대상도 없어지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M&A에서는 ‘진술보증’ 조건을 근거로 매입자가 우발부채에 대해 매도자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매도자가 PEF기 때문에 청산 이후 손해배상을 청구할 주체가 없어 M&A보험 등을 통해 호반 측이 자체적으로 손실을 보전하기로 사전에 합의됐다. 호반 관계자는 “M&A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보험사도 마땅치 않았다”며 “정밀실사 과정에서 감당 안 되는 수준의 부실이 발생하면 그때 가서 포기하려고 했지만 모로코 건만으로도 이미 그런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M&A 시장에서 ‘과정 중에 발을 뺀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전에 그런 적이 없다”면서 대우건설 인수전에도 진정성을 갖고 임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수 포기 결정에 대해 “여기까지 왔는데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하려고 했으나 대우건설이 8일 해외 돌발 부실 사실을 밝히자 호반은 이날 인수 의사를 공식 철회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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