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가정에서 함께 일하는 이 시대에는 가정의 스트레스가 일터로 직결됩니다. 직원들이 정서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업이 투자하겠다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학교와 가정, 그리고 사회에 치유의 에너지를 전파하고 있는 HD행복연구소의 공동소장을 맡고 있는 조벽(숙명여대 석좌교수·사진 왼쪽)·최성애(오른쪽) 박사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젊은 인재들의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은 이제 안정적인 직장 생태계를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말하는 직장 생태계는 가정과 직장이 연결된 시대에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갖추는 것이다. 최근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해냄 펴냄)’를 출간한 두 사람은 오는 3월8일 정독도서관에서 ‘어떻게 정서적 금수저로 키울 것인가’라는 주제로 애착 손상을 막기 위한 지혜를 나누기 위해 대중강연에 나선다.
최 박사는 스웨덴을 예로 들어 18~24개월 출산휴가 정책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기업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지 않냐는 질문에 조 교수는 “1980~1990년대 산업화 초기에는 직원을 인건비, 즉 비용으로 고려했다면 이제는 보호하고 개발하는 자산, 즉 투자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기업의 인식 개선과 함께 현재의 보육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성을 육아의 어려움에서 ‘해방’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육아를 행복하고 보람된 일로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동기에 애착이 충분히 형성될 수 있도록 보육자의 빈번한 교체를 막을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와의 친밀도를 높이고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 저출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일거양득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정서적 빈곤에 따른 마음의 병이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유아기 보육자의 잦은 교체가 아동의 정서적 불안과 성장기 정서적 빈곤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조벽·최성애 박사 부부는 “인류 진화적으로 아기들은 생후 6~7개월부터 18개월까지 ‘낯가림’을 하며 이는 애착이 본능적으로 강한 시기라는 표시인데 우리나라 직장여성이 아이를 낳고 돌볼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1년”이라며 “이 시기에 보육자가 자주 바뀌면 애착 손상의 후유증이 가장 깊고 커진다”고 설명했다. 아이는 버림받는다고 느끼고 이것이 지속되면 이상 증상을 보이게 된다. 유아기에 겪는 애착 트라우마는 아이에게 극도의 불안감·분노·무기력감을 일으키며 성장하면서 공황장애, 범불안증, 우울증, 집중력 저하, 감정조절 장애 등의 정서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는 것. 그들은 “아토피, 알레르기성 질환 등 면역 계통의 부조화로 몸에 질병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나이가 들어서는 심장 질환, 고혈압, 당뇨 등 성인질병을 앓게 될 확률도 높아진다”며 “결국 국가적인 비용이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말하는 심각한 애착 손상에 따른 병증은 우리나라 아동과 청소년에게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병원을 찾은 20세 이하 환자가 2003년 대비 1.6배 늘어났다. 두 사람은 “애착 손상자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은둔형 외톨이가 되고 반사회적·폭력적 성향이 밖으로 드러나 범죄자로 전락할 수도 있으며 세대를 넘어 대물림될 수도 있다”면서 “결국 이들을 보호하고 치료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진국에서는 산업화 이후 수십 년간 누적된 ‘정서적 빈곤’으로 인한 정신 질환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며 “서양의 발전 모델을 도입해 단기간에 고속 성장한 우리 사회에서도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두 사람은 강조했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